류현진(26·LA 다저스). 동아닷컴DB
두 번의 선발 경기에서 류현진은 많은 것을 경험했다. 10개의 안타를 허용한 샌프란시스코 경기에서는 패전의 아픔을 겪었다. 비록 홈런을 허용하고 볼넷 2개를 내주기는 했지만 6.1이닝 3피안타로 묶은 피츠버그 전에서는 승리의 짜릿함을 맛봤다.
늘 입버릇처럼 말하는 류현진의 올 시즌 목표는 두자릿 수 승리를 따내는 것과 신인왕이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류현진이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화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타선은 터지지 않고, 불펜은 무너지기 일쑤였던 한화 이글스 시절 류현진은 혼자 힘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했다. 100개 이상의 투구수를 넘기는 것은 다반사였고, 181번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27번이나 끝까지 책임졌다.
하지만 다저스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다저스는 투수 왕국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에서 치른 6경기에서 다저스 불펜진은 13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내내 호조를 보일 수 없겠지만 마무리 브래든 리그를 비롯해 로날드 벨리사리오, J P 하웰, 켄리 젠센 등으로 이어지는 구원진의 실력은 빅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전을 마친 후 류현진은 "안타를 비록 많이 맞았지만 투구수가 많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바로 늘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던 한화 이글스 시절의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이닝 이터를 꿈꾼다. 류현진도 분명 그런 능력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매 경기 6회 정도까지만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투구수에 연연하지 말고 매 이닝 전력 투구를 해야 한다.
피츠버그 전에서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93마일(150km)까지 찍었다. 그러나 1회에는 앤드류 맥커첸에게 홈런을 허용한 89마일이 최고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몸이 덜 풀려서 속도가 덜 나온 것이 아니라고 했다. 2회부터는 투구 내용이 달라졌다. 대부분 직구는 91마일 이상이 나왔다. 그만큼 전력 투구를 했다는 방증이다.
6일에 한 번 선발로 나선 한화 이글스 시절에는 위기 순간에만 전력 투구를 했을 뿐, 경기 초반에는 체력 안배를 하며 공을 던져도 통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1회부터 이번 이닝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류현진의 나 홀로 야구'는 이제 다저스에서는 버려도 된다.
다저스타디움(로스앤젤레스)=손건영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