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희기자의 여기는 모스크바] 100m 9초대 앞둔 중국, 亞 육상 가능성 열다

입력 2013-08-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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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장페이멍 100m 준결승 2조 10초00 기록
일본도 여자 1만m 등 다종목 세계 수준 진입

넓은 선수저변이 중·일 육상 약진의 밑거름
한국육상도 장기적인 투자·육성 등에 힘써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10∼18일)가 막을 내렸다. 한국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수준과의 현격한 차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세계 톱10에 진입한 선수는 남자 경보 20km의 김현섭(28·상무)뿐이었다. 하지만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은 이번대회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중국은 남자 단거리에서 약진했고, 일본은 전략 종목의 다변화에 성공했다. 북한도 선수 3명의 기록을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여자 마라톤 단체전(번외경기)에서 1위(7시간53분39초)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 새로운 대륙의 별 탄생? 남자 100m 9초대 진입 앞둔 중국

중국은 2년 전 대구 대회에서 금 1개, 은 2개, 동 1개로 종합 8위에 오른 아시아 육상의 최강국이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역대 세계선수권에서도 금 10개, 은 10개, 동 11개를 수확했다. 한국이 지금까지 단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이번 대회에서도 중국은 11일 남자 경보 20km에서 첸딩이 은메달(1시간21분09초)을 따냈고, 13일 여자 투포환 공리쟈오(19.95m)와 여자 경보 20km 류훙(1시간28분10초)이 동메달을 목에 걸며 선전했다. 16일 여자 해머던지기에서도 장웬시우(75.58m)가 대구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간 아시아선수들이 소외됐던 남자 100m에서의 돌풍이다. 장페이멍은 12일 남자 100m 준결승 2조에서 10초00의 중국기록을 작성했다. 10초00은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한 ‘백인의 희망’ 크리스토프 르매트르(프랑스)와 같은 기록이다. 비록 사진판독에서 밀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아시아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남자 100m 결승 진출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남자 100m 아시아기록은 2007년 프란시스 사무엘(카타르)이 세운 9초99. 그러나 사무엘은 나이지리아 출신의 귀화선수다. 순수 아시아선수 중에선 아직까지 단 한 명도 9초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장페이멍은 남자 100m 허들의 류샹 이후 중국육상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김만호 국제이사는 “전반적으로 세계육상의 세대교체가 더딘 가운데, 중국육상은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여자 1만m, 남자 장대높이뛰기까지 세계수준 진입한 일본



일본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 역대 세계선수권에서 금 4개, 은 6개, 동 11개를 기록했다. 지난 대구 대회에선 무로후시 고지가 남자 해머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땄다.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은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세계 상위권에 더 많은 선수의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대구 대회에서 톱8 진입 선수가 5명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선 8명(남자 계주 4×100m는 1개 팀으로 계산)으로 늘었다.

일본은 전통적 강세종목인 여자 마라톤에서 10일 후쿠시 가요코(2시간27분45초)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7일 남자 마라톤에선 나카모도 겐타로(2시간10분50초)가 5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 종목의 1∼4위는 우간다와 에티오피아 등 모두 아프리카선수였기에 더 눈길을 끌었다. 일본은 12일 여자 1만m에서도 파란을 일으켰다. 니야 히토미가 마지막 바퀴를 남겨두기 직전인 9600m 지점까지 1위를 달렸다. 비록 마지막 400m에서 추월을 당해 5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아시아선수로선 대단한 성과였다. 여자 1만m는 에티오피아와 케냐 등 아프리카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지난 대구 대회 때는 케냐가 1∼4위를 휩쓸었고, 이번 대회에선 에티오피아가 1·3위를 차지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성봉주 박사(대한육상경기연맹 스포츠과학이사)는 “마지막에는 스피드지구력에서 밀렸지만, 그 거리까지 선두를 이끌었다는 것은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지녔다는 얘기”라며 니야를 높게 평가했다.

일본은 13일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도 21세의 야마모토 세이토(5m75)가 6위에 오르며 미래를 밝혔다. 아시아선수가 세계선수권 남자 장대높이뛰기에서 8위 이상의 성적은 거둔 것은 2005년 헬싱키대회의 사와노 다이치(일본·8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야마모토의 성과는 장대를 이용한 기술종목에서 아시아선수들의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 중국과 일본의 선전이 한국육상에 시사하는 점

중국과 일본육상의 약진에는 넓은 선수저변이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 최경열 한국선수단장(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이사)은 “한국의 등록선수는 현재 5000명인데 반해 일본은 30만 명, 중국은 무려 100만 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2011년 대구 대회와 이번 모스크바 대회에서 2회 연속 세계 톱10을 배출한 한국경보는 성인선수가 남녀 각 10명 이내에 불과하다.

일본의 경우, 중장기적 육성전략이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는 평도 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김만호 국제이사는 “일본은 안방에서 열린 2007오사카세계선수권에서 참패(동 1개)를 당했다. 이후 엘리트 육상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6년이 지난 지금 결실이 나오는 것 같다.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할 때도 계약기간을 5년씩으로 하고, 젊은 유망주를 맡기는 등 장기적 안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일본의 성과는 한국육상에도 큰 자극을 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선수들은 “국제경기 경험만 쌓인다면, 우리라고 못할 게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경열 단장은 대한육상경기연맹의 향후 투자·육성계획에 대해 “장대높이뛰기, 경보, 허들, 높이뛰기 등 발전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든 등록 선수들의 육성 과정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최근 시작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김돈순 사무국장은 “소년체전의 우수선수가 상급 학교로 진학하면서 부진한 경우가 있었다. 지도자가 바뀌면 선수들이 기술 습득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선수지도의 연속성을 갖자는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부진한 남자마라톤에선 기록이 월등한 아프리카 선수를 귀화시키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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