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심수창. 스포츠동아DB
2004년 한양대를 졸업한 뒤 LG에 입단했을 때 영화배우처럼 잘 생긴 외모로 큰 주목을 받았다. 2006년에는 10승 투수의 반열에 오르며 실력도 입증했다. 그러나 이후 부진에 빠졌고, 2009년 선배이자 동료였던 포수 조인성과 충돌, 2011년 넥센으로 트레이드, 그리고 18연패 탈출까지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뒤를 따랐다. 최고의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항상 화제를 모았던 인기 선수였다.
하지만 2013년 8월, 창단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향해 뛰고 있는 넥센에는 심수창의 그림자조차 없다. 올 시즌 단 1경기도 1군에서 뛰지 않았다. 그는 지금 넥센 2군 구장 강진에 있다. 퓨처스리그 성적은 7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방어율은 7.63이다. 이정도 기록이면 2군에서도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는 성적이다.
많은 선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소리 소문도 없이 그라운드에서 사라져갈 것 같은 어려운 나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넥센 염경엽 감독의 머릿속에는 ‘심수창’이라는 이름이 분명히 남아있었다.
염 감독은 23일 “얼마 전에 퓨처스리그 경기를 봤는데 자포자기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분명 기회를 주고 싶은 선수다. 이강철 수석코치에게 종종 전화도 하고 격려도 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는 잊혀져가더라도 감독의 머릿속에 그 이름이 분명히 남아있다면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염 감독은 “이제 스피드에 대한 집착은 내려놓고 유희관(두산) 같은 자신만의 특성이 있는 투수로 변신할 때가 됐다. 제구력을 가다듬어 윤성환(삼성)처럼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충분히 자질을 갖고 있는 선수다”고 덧붙였다.
심수창은 한때 무려 2년 동안 단 1승도 없이 18연패를 당한 큰 시련을 이겨낸 주인공이다. 다시 한번 마운드에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는 남아있다.
목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