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탐대실’ 두산, 명분도 실리도 놓쳤다

입력 2013-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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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잇단 악재로 사면초가 놓인 두산

유난히 돈에 민감한 스토브리그 행보
“쓸 땐 확실하게 쓴다” 공언 공염불로

두산의 올 겨울은 바람 잘 날이 없다. 스토브리그 들어 프리에이전트(FA)로 풀린 선수들과 잇달아 이별하고, 베테랑선수들을 줄줄이 방출한 데 이어 감독까지 손을 대면서 파격 행보를 거듭했다. 사령탑 교체만 제외한다면 모두 돈과 효율성이 연관된 움직임이었다.

두산은 이번 FA 시장의 규모가 지나치게 확대되자 천문학적인 몸값 인플레에 따르지 않았고, 올해 연봉에 비해 활용도가 떨어졌던 베테랑선수들과는 2차 드래프트 및 방출을 통해 인연을 끊었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옮긴 이혜천의 몸값을 아끼려다 이면계약 사실이 들통 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두산은 이혜천이 NC 유니폼을 입음에 따라 기존 다년계약에 따른 내년 연봉 3억5000만원은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결국 이혜천과의 이면계약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분도, 실리도 모두 놓쳤다.

2014시즌 선수단 연봉협상에서도 두산은 전체적으로 32% 인상을 발표했지만, 인상액은 9억6100만원으로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두산은 팀을 떠난 FA 3명, 2차 드래프트 보상금 등으로 이미 20억2100만원을 챙긴 상태였다. 이렇듯 두산은 올 겨울 유독 돈에 민감했다. 구단 측에선 “돈을 쓸 때는 확실하게 쓴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돈 아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혜천과의 연봉 보존 문제가 불거지자 두산은 이를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고 30일 오후 이혜천과 만나 NC와의 연봉계약에 따라 남은 연봉을 보전해주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몇 억원을 아끼려다 돈은 돈대로 쓰고 명예는 실추된 두산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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