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천. 스포츠동아DB
외국인선수 연봉상한제서 비롯된 부작용
프로야구 9개 구단 누구도 자유롭지 않아
최근 유행하는 FA 다운계약도 갈등 불씨
실체 파악도 어려워 시정까지 진통 예상
스포츠동아가 프로야구 이면계약의 실체를 최초로 확인해 단독 보도(12월 30일자 1·2면)하자 두산뿐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일제히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명백히 규약을 어기고 팬들을 속인 이면계약이 프로야구에 만연해있어 이를 바로잡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해외복귀선수와 더불어 프리에이전트(FA) 선수, 외국인선수를 대상으로 했을 때 9개 구단 중 이면계약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 팀은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 유행병 된 이면계약&다운계약
KBO와 각 구단은 리그의 발전과 투명성, 공정경쟁을 위해 야구규약을 지켜야 한다. 구단과 선수의 모든 계약서는 KBO에 제출되고 총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2010년 말 일본에서 복귀한 이혜천에게 두산이 제의해 맺은 4년 장기계약은 지금까지 KBO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문제는 KBO가 파악하지 못한 계약서가 더 있다는 점이다. 해외복귀선수에 대한 지나친 경쟁을 막기 위해 다년계약을 금하고 있지만, 많은 팀이 이를 어기고 있다.
FA 선수들에게는 최근 ‘다운계약서’가 유행이다. 계약 규모를 축소해 발표하면 선수는 자칫 부상이나 성적 부진 시 부담(비난)을 줄일 수 있어 이를 받아들이고 있다. 구단은 다른 선수들과의 연봉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슈퍼스타급 선수에게는 연봉을 낮추자고 유혹한다. 연봉은 프로선수들에게 자존심과도 같은 상징이지만, 이마저 일부에선 악용하고 있다.
● 다운계약서는 이미 갈등의 불씨!
올 시즌 후 FA 자격을 획득했던 한 선수는 소속 구단과 심한 감정싸움을 벌였다. 1년 전 FA로 대형 계약을 맺은 다른 선수의 연봉과 계약금이 실제 액수보다 훨씬 낮게 발표됐다는 소문이 문제였다. 양측이 생각하는 기준 협상 금액이 달랐고, 결국 서로 등을 돌렸다. FA 계약 액수가 투명하지 못해 일어난 갈등이었다.
● 외국인선수 계약에서 확인된 ‘깨진 유리창 이론’
한국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30만달러로 묶여 있는 외국인선수 연봉으로는 에이스급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그러나 일부 구단은 ‘규약에 상한선이 있어야 그나마 폭등하는 외국인선수의 몸값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로 관련 규약의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가에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곳을 시작으로 주위에 범죄가 확산된다는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규약은 어겨도 된다는 무감각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이면계약을 금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규약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