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동아일보DB
피로도 상승 등 장기원정 역효과 우려
러시아·벨기에는 대부분 자국서 훈련
알제리는 원정 평가전 통해 전력 강화
홍명보호 전훈은 쿠이아바 적응 초점
2014브라질월드컵에 대비한 ‘홍명보호’의 행보는 상당히 빨랐다. 5월 8일 월드컵 최종엔트리 23명을 조기에 발표한 데 이어 월드컵 개막 1개월여 전인 5월 12일부터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합숙훈련을 시작했다. 대략 3주에 걸친 국내훈련 도중 한 차례씩의 휴가(2박3일)와 외박(반나절)을 빼면 태극전사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보냈다. 그리고 5월 30일 출국해 미국 동남부 마이애미에서 격전지 브라질 입성을 앞두고 마지막 전지훈련을 펼치고 있다. 당초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은 미국 서부지역의 LA도 유력한 전훈지로 검토했으나, 월드컵 판도의 최대 분수령이 될 러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장소(쿠이아바·브라질 아마존 남부)의 특성을 고려해야 했다. 그 결과 쿠이아바와 시차가 없고, 고온다습한 기후까지 비슷한 마이애미를 낙점하게 됐다.
● H조 상대국들의 다른 훈련 행보
한국과 H조에서 격돌할 상대국들의 훈련 과정은 홍명보호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럽 대표’ 러시아와 벨기에는 해외전훈을 진행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한 차례씩 유럽 내 원정 평가전을 치르기 위해 2박3일 또는 3박4일 동안 잠시 집을 떠난 것을 제외하면 줄곧 자국에서 훈련했다. 러시아는 6월 1일(한국시간) 오슬로에서 노르웨이와 원정 평가전을 치렀을 뿐 슬로바키아, 모로코와는 국내서 맞붙었다. 벨기에도 비슷하다. 브뤼셀에서 2차례(룩셈부르크·튀니지) 국내 평가전, 스웨덴에서 원정 평가전을 각기 소화했다. 러시아는 9일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이투에 여장을 풀었고, 벨기에는 10일 베이스캠프인 모지다스 크루지스에 도착한다.
알제리는 전훈은 실시했지만 한국과는 역시 달랐다. 5월 24일부터 5일간 자국에서 훈련한 뒤 5월 29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 캠프를 차려놓고 아르메니아, 루마니아 등과 릴레이 평가전을 펼쳤다. 결국 환경 적응보다는 훈련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알제리는 월드컵 베이스캠프인 소로카바에 7일 도착했다.
● 다른 행보의 이유는?
재미있는 사실은 유럽 내 월드컵 출전국들의 행보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역시 마이애미에서 훈련한 잉글랜드, 미국 동부 워싱턴에 1차 캠프를 차렸던 이탈리아, 스페인 등과 달리 독일 등 여러 국가들은 일찍 브라질 현지에 입성하는 대신 최대한 오래 자국에 머무는 쪽을 택했다. 이는 오랜 시간 외지에 있으면 집중력 저하와 피로도 상승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럽프로축구 시즌이 종료된 시점에 장기간의 해외 원정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고, 남미라는 다소 낯선 환경이 불러오는 막연한 불안감도 국내훈련으로 선회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간 현대축구를 이끌어온 유럽이지만, 아시아나 중남미 등 제3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우승한 스페인이 예외 사례일 뿐, 대개 익숙한 지역을 떠나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박태하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표팀 수석코치)은 “유럽 대부분 지역과 브라질의 시차는 4∼5시간 정도다. 한국처럼 12시간씩 나지 않는다. 시차 적응은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니다. 현지 입성 사흘 이후가 가장 졸음을 참기 어려운 시기지만, 이 고비만 잘 넘기면 괜찮아진다. (브라질은) 남아공처럼 고지대라는 변수도 없다. 긴 시즌 직후의 피로 회복과 휴식, 익숙함을 통한 경기력 극대화에 초점을 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