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마지막 FA 고영민, 두산과 계약금 없이 ‘1+1년 총액 5억원’ 계약

입력 2016-01-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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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고영민. 스포츠동아DB

두산 고영민. 스포츠동아DB

두산 “최초 제안때만 계약금” 원칙 고수
‘연봉 1억5000만원·옵션 2억원’으로 타결
FA 21명 766억여원 역대 최고 돈잔치 끝


두산이 13일 마지막 FA(프리에이전트) 고영민(32·사진)과의 계약을 마쳤다. 두산은 “1+1년 계약에 연봉 1억5000만원, 옵션 2억원에 타결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보장금액은 1억5000만원뿐이다.


● 마지막 FA 고영민의 백기투항


고영민은 끝까지 저항했으나 결국 계약금이 없는 구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산 역시 옵션을 약간 올려줘 타결을 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 김태룡 단장은 “최초 제안에는 계약금이 있었다. 그러나 우선협상기간에 구단의 제안을 거절한 선수에게 최초 제안을 그대로 내놓을 수 없었다”며 원칙을 강조했다. FA 협상 시 로열티를 중시하는 구단들의 방향성이 두산-고영민 계약에서도 작용됐다.

고영민은 “계약에 대해선 할 말이 별로 없다. 2월 1일 두산의 호주 캠프로 합류한다”고 말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현재 고영민의 몸 상태를 고려해 15일 캠프 출발명단에서 제외한 뒤 “몸을 만들어 합류하라”고 지시했다. 고영민은 계약 발표 당일인 13일에도 개인훈련을 했다.

고영민 계약으로 두산은 길었던 스토브리그를 사실상 종료했다. 외국인타자 계약만이 남아있다. 모기업의 구조조정, 우승 후유증 등 외부 변수 속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김현수(28·볼티모어)를 잃었지만, ‘메이저리그에 보냈다’는 명분이 있다.




● 2016년 FA 계약에서 드러난 각 팀의 방향성


FA 유출이 심했던 넥센과 SK가 팬들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이 명확한 노선을 제시해 이해를 구한 덕분이었다. 두 팀은 점진적 리빌딩을 통한 팀 컬러의 변신을 꾀하는 차원에서 거품이 낀 FA 투자를 배제했다. 제일기획으로 구단 운용이 이관된 삼성도 이 노선에 동참했다. 삼성은 전례를 깨고, 필수전력으로 분류되는 박석민(31·NC)을 잡지 않았다.

반면 하위권 팀인 한화, 롯데, kt는 FA 시장의 큰손으로 나섰다. 특히 한화는 김태균(34)과 정우람(31), 2명의 FA에게만 84억원씩 총 168억원을 썼다. 이밖에 1년 몸값 190만달러에 에스밀 로저스(31)와 재계약하는 등 승리를 위해 3년째 돈을 퍼부었다. 한화는 30대 중반의 투수 심수창(35) 영입에 13억원을 들였고, 보상선수로 유망주 박한길(22)을 내주는 논란의 FA 계약까지 감행했다. 김성근 감독 재임기에 어떻게든 성적을 내겠다는 목적이 스토브리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미지 쇄신이 절실한 롯데도 자체 FA 송승준을 필두로 손승락(34)과 윤길현(33)까지 보상금액을 합치면 150억원 가까운 돈을 퍼부었다. kt는 수원 유신고 출신 유한준(35)을 영입해 1군 진입 2년차에 5강을 노림과 동시에 프랜차이즈 색깔 강화를 꾀했다.

그러나 KIA와 LG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KIA는 전력이 정점으로 올라오는 2017년에 맞춰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고, LG는 이미 과거의 실패를 통해 ‘외부 FA는 답이 아니다’라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투자의욕도 별로 없는 데다, 팀 체질개선이 먼저라는 관점이다.

고영민 계약을 끝으로 FA 21명(김현수 제외)의 766억2000만원(옵션 포함·보상금 제외)에 이르는 역대 최대의 돈 잔치가 마감됐다. 어디가 현명했는지는 결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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