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노재욱. 스포츠동아DB
팀 공격성공률 높아진 만큼 자신감도 커져
주장 문성민 “자기 것으로 잘 만드는 세터”
요즘 V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팀은 현대캐피탈이다. 2016년 들어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25일 인천 대한항공전 승리(3-1)로 8연승을 질주하며 2위(18승8패·승점 53)로 올라섰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선언한 ‘스피드 배구’가 본궤도에 올라선 모양새다. 그 중심에는 프로 2년차 세터 노재욱(24)이 있다.
노재욱은 지난 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지명됐다. 191㎝의 장신 세터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그러나 입단 첫 시즌에는 실력보다 ‘폭행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샀다. 삼성화재전 도중 이선규와 충돌한 뒤 허벅지를 가격 당했다. 이름이 알려지는 것은 좋지만,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그는 실력으로 인정받겠노라며 이를 악물었다.
예상치 못한 전환점이 찾아왔다. 트레이드였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정영호와 함께 권영민(KB손해보험)의 반대급부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었다. 명 세터 출신인 최 감독은 노재욱을 혹독하게 조련했다. “처음에는 대학팀에도 졌다. 정말 많이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큰 변화를 통해 많이 배웠다. 트레이드는 배구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노재욱의 회상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스피드 배구’의 중심이다. 올 시즌 세트 부문 4위(세트당 10.547개)다. 이 기록에 드러나지 않는 가치가 한 가지 있다. 타점 높은 토스를 선호하는 최 감독의 스타일에 딱 맞는 세터라는 점이다. 최 감독은 25일 대한항공전 승리 직후 “(노재욱을) 내 스타일에 맞게 바꿨다”면서도 “과거와 가장 달라진 것은 자신감이다.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볼을) 올려준다. 볼 끝도 무척 좋아졌다. 타점 높은 토스는 최대 장점이다. 성격도 좋아 팀에 금방 녹아들었다”며 흐뭇해했다. 이날 노재욱의 토스 정확도는 66.7%(66시도 44성공)에 달했다.
어느덧 팀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주장 문성민은 “(노)재욱이가 이젠 감독님이 원하는 토스를 빨리 파악한다. 아직 완성되진 않았지만, 감독님 스타일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잘 만드는 세터”라고 치켜세웠다.
1년 만에 기술적으로 크게 성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심리적 변화로도 경기력이 확 달라질 수 있다. 노재욱이 그렇다. 이세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노재욱이 ‘내가 뭔가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렸다. 본인의 역할만 하면 되니 그만큼 마음이 편할 것”이라며 “팀 공격성공률(53%·3위)이 높아지면서 더 자신감이 붙었다”고 평가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