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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중 3명 대표팀 2차선발전 통과
“평창(올림픽)이 코앞인데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한 쇼트트랙 관계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선수들이 폭행, 음주에 이어 불법스포츠도박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개탄을 금치 못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7일 불법스포츠도박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쇼트트랙 선수 김모(18)군을 포함해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를 통해 1인당 200만∼300만원대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경찰 조사에서 일부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구속 입건된 5명 중 3명은 2016∼2017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통과한 국가대표급 선수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20∼30명에 달하는 선수들의 불법도박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대한경기빙상연맹은 정확한 사건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경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시에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빙상연맹 고위관계자는 “각 팀 지도자들에게 연락해 소속 선수들에 대한 확인 경위서를 받고 있다”며 “아직 수사 중이라 정확한 인원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경찰과 협조해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에 확인하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강하게 제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사안이 사안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맹 자체적으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선수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소문은 많지만 소문에 의거해 제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아직 경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일단 수사 선상에 오른 선수들은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 출전을 금지시키고 대표팀 훈련에서 제외시킬 예정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금액과 횟수에 상관없이 엄중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빙상연맹은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는 쇼트트랙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한국쇼트트랙은 세계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그동안 파벌 논란부터 폭행, 승부조작, 음주까지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만 해도 9월 국가대표 훈련 도중 후배를 폭행한 신다운(22·서울시청)이 2015∼2016시즌 출전 정지를 당하는가 하면, 11월에는 태릉선수촌에서 외박을 나온 고교생 국가대표 선수가 음주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여기에 불법스포츠도박 혐의로 선수 5명이 불구속 입건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도박, 폭행 등 관련 소양교육을 우리처럼 많이 시키는 곳도 없을 것”이라며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다. 무엇보다 평창올림픽을 2년 앞둔 시점에서 이런 일이 불거져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연맹에서 주관하는 각종 훈련 및 대표팀 소집훈련 시 소양교육을 보다 강화하겠다.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선수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지도자 소양교육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