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몸값 로저스, 퇴출 해프닝도 역대급

입력 2016-06-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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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화 로저스. 스포츠동아DB

전 한화 로저스. 스포츠동아DB

전례 없는 상황에 모두가 놀랐다. 이른바 ‘자진 시즌아웃’을 선언하고 한화를 떠나게 된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31) 얘기다.

한화는 24일 오전 “KBO에 로저스의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 하루빨리 새 외국인투수를 물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단측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및 병원 검진 결과 로저스의 우측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발표에 따르면 팔꿈치 부상에 따른 웨이버 공시다. 이상할 게 전혀 없다.

소통창구? 잘못된 SNS 사용의 예

문제가 발생한 건 24일 새벽이다. SNS를 통해 로저스의 수술 소식이 전해졌다. 로저스는 ‘수술을 받는 것이 맞냐’는 한 팬의 SNS 질문에 “수술을 받는 게 맞다”고 답했고, 이를 캡처한 사진이 각종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져 나가는 바람에 논란이 커졌다. 선수가 구단과 상의도 없이 팬에게 수술 사실을 알리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시점에서 투수에게 팔꿈치 수술은 곧 시즌 종료다.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처럼 SNS를 통해 새 소속팀을 알린 것도 아니고, ‘자진 시즌아웃’을 선언한 것이다.

SNS가 발달하면서 선수들과 팬들의 소통 창구도 늘어났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책임감이 따른다. 지난해 이성민(롯데)이 경기 중 SNS를 사용한 것이 뒤늦게 발각돼 10일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은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구단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던 수술 여부를 선수가 동료 및 관계자도 아닌 팬에게 발설했으니 그야말로 코미디가 따로 없다.

벌금에도 꿈쩍 않던 로저스, 최악의 결과로…

로저스는 올해 초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부터 잦은 SNS 사용으로 논란을 키웠다. 역대 외국인선수 최고몸값(190만달러)의 주인공이 골칫덩어리가 됐다. 캠프 당시에는 ‘염색 논란’으로 오해를 샀고, 재활 중에도 유흥을 즐기는 사진을 올려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염색 논란’이 일었을 당시 구단은 로저스에게 1000만원의 적지 않은 벌금을 물리며 주의를 줬다. 선수단 사이에서도 “(로저스가) 대체 왜 이럴까”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더 과감해졌다. 6일 1군에서 말소된 뒤 9일 대전 KIA전에 앞서 전동 자전거를 타고 야구장 복도를 누비고, 12일 대전 LG전에서는 청바지를 입고 덕아웃에 나타나 끝내기 세리머니에 동참하기도 했다. 오해를 키울 만한 행보였다. 이를 본 한 야구인은 “경솔한 행동이다.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로저스는 약 2주 뒤 SNS를 통해 팬에게 “수술을 하게 됐다”며 ‘자진 시즌아웃’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구단도 웨이버 공시라는 강수로 맞섰다. 임의탈퇴가 아닌 웨이버 공시는 한화의 마지막 배려였다. 취재결과 로저스는 구단으로부터 웨이버 공시 사실을 전해듣고는 크게 후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제 신변을 정리하고 출국 날짜를 정할 일만 남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24일 대전 롯데전에 앞서 “갈 사람은 가야지. (새 외국인투수는) 구단에서 잡겠지. 나는 터치 안 하니까”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팬 통해 수술 소식 전달, 얼마나 경솔했나

로저스의 행동은 경솔했다. 구단과 상의 없이 팬을 통해 ‘자진 시즌아웃’을 선언한 건 엄연히 한국야구를 무시한 처사다. 메이저리그(ML)에서는 선수가 개방된 공간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 SNS를 통해 알려지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로저스의 수술과 같은 극비사항을 SNS를 통해 공개하는 건 구단 차원에서 (선수를) 고소할 수 있다. 구단 차원에서 SNS에 대한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L 전문가인 MBC스포츠+ 송재우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에서 구단에게 선수는 재산이다”며 “팬과 선수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어 이번(로저스 수술)과 같은 사례는 나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해설위원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국 야구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저러겠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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