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팬 심(心), 기념 유니폼 발표에 조소…응원 보이콧 움직임도
실망스러운 성적 맞물린 선수단, 프런트를 향한 비난 확산
뜨거워야 할 분위기가 냉랭하다. 33년 한국프로축구 사상 처음 이뤄진 ‘지역더비’에 대한 시선이다. 경기도 수원을 연고로 한 수원삼성과 수원FC는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1부리그)’ 3번째 더비를 펼친다. 앞선 2차례 승부에서는 2승을 거둔 수원삼성이 앞섰다.
그러나 상황은 불편하다. 특히 수원삼성은 역대 최악의 시즌을 맞이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스플릿 라운드 그룹B(7~12위) 추락이 확정됐다. 오랜 시간 고대한 K리그 우승은커녕, 챌린지(2부리그) 강등부터 걱정할 판이다. 정규리그 32라운드까지 7승16무9패(승점 37)로 전체 12개 팀 가운데 10위에 랭크돼 있다. 한 계단만 더 내려가면 곧장 강등권이다. 추락의 가능성 역시 충분하다. 나란히 그룹B로 내려가게 될 11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32), 12위 수원FC(승점 30)에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수원삼성에게는 스플릿 라운드에서 진행될 5경기 전부가 생존을 건 게임이다. 4강에 오른 FA컵 우승을 조심스레 바라보지만 수원삼성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일단 살고 봐야 유일한 기회인 타이틀 획득에 나설 수 있다. FA컵 4강 대진추첨을 앞뒀을 때 나머지 FC서울-울산현대(이상 클래식)-부천FC(챌린지) 전부 상대로 수원삼성이 되길 바랐다는 건 상당히 의미심장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수원삼성은 ‘꺾을 수 있는 팀’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반증이다.
실업축구부터 꾸준히 단계를 밟아 클래식 승격의 꿈을 이룬 수원FC도 어려움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수원삼성의 추락이 축구계에 끼친 파급력이 컸다. 화려했던 어제의 전통과 역사가 오늘의 안녕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진리를 입증했기 때문이다. 삼성 스포츠단 핵심 인사에 따르면 수원삼성은 ‘지난시즌과 다르지 않은’ 지원을 받았다. 그럼에도 훨씬 재정력이 약한 도·시민구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처참한 ‘꼴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최근 몇 해 허리띠를 졸라맨 여파도 있겠지만 결국 수원삼성 구성원 전체 책임이라 할 수 있다. 일부가 태업 논란을 일으킨 선수단부터 잇달아 실패한 외국인 선수 수급 등에서 나타난 엉성한 행정을 보여준 프런트 등 전부 안일하게 대처한 결과다. 주력들이 줄 이탈하고 용병들마저 롱런하지 못하고 거듭 바꿔가며 남은 것은 상처와 혼란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들인 금전적인 출혈도 만만치 않다. 여름이적시장을 앞두고 북유럽 현지에 파견된 구단 직원이 살핀 용병은 수원삼성행을 거절했다. 새로운 후보를 물색하고 접촉하는 과정에서 들인 비용은 물론, 시간도 아끼지 못했다. 그렇게 합류한 카스텔렌도 사실상 실패작에 가깝다.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은 외국인 선수 1~2명이 실패했다면 실수로 포장할 수 있으나 8할이 넘는 인원들이 반복해 제 몫을 못 한다는 건 실로 엄청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원삼성은 이번 수원FC와 정규리그 최종전(33라운드)이자 ‘지역더비’를 앞두고 특별히 제작된 기념 유니폼을 발표했다. 구단 상징 컬러인 청·백·적색을 고루 담았다. 그런데 반응은 신통치 않다. K리그에서 가장 충성도 높은 수원삼성 팬들의 인내도 한계에 봉착한 듯 하다. 다수가 “새 유니폼을 만들고 판매할 시간과 돈으로 차라리 좋은 선수를 영입하라”는 차가운 조소를 보낸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각종 게시판에는 응원 보이콧의 움직임도 있고,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는 구단과 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 경기장에 부착할 걸개를 거꾸로 달거나 날카로운 경고의 메시지를 담자는 의견도 흘러나온다. 그만큼 지쳤다는 의미다.
수원삼성 팬들은 맑은 날이나 궂은 날이나 대단한 충성도를 보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수원월드컵경기장은 빈 자리가 크게 늘어났다. ‘축구 수도’를 운운하며 자랑스레 여겨온 2만 관중도 흘러간 영광이 됐다. 수원삼성이 소화한 가장 최근 홈경기인 지난달 20일 전남 드래곤즈전이 이를 상징한다. 9017명. ‘몰락한 명가’ 수원삼성의 올해는 참으로 스산하기만 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