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기성용(가운데). 스포츠동아DB
90분간 선수단 독려하며 리더로서의 진가 발휘
기성용 “팀 흔들릴 때 잡아주는 것이 주장 역할”
축국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27·스완지시티)이 살아났다. 리더의 부활은 태극전사들이 전열을 가다듬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됐다.
기성용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서 1골·1도움의 활약으로 팀의 3-2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해 11월 라오스와의 월드컵 2차 예선 5차전 이후 모처럼 골 맛을 본 기성용은 리더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1-2로 뒤져있는 상황에서도 그라운드를 누비며 후배들을 독려했고, 후반 21분 홍정호(27·장쑤 쑤닝)가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했을 땐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교체멤버가 투입되기 전까지 기성용은 홍정호의 자리인 중앙 수비수로 잠시 뛰었다. 풀타임 소화에 따른 체력 소모에도 끝까지 본인의 자리를 지켰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제야 그라운드에 앉아 의료진을 불렀다.
대표팀은 흔들리는 상황에서 선수단을 지휘할 리더가 필요했다. 지난달 중국, 시리아와 다소 불안한 1·2차전을 치르면서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 역시 정신적 지주로서의 고참의 중요성을 재차 깨달았다. 이에 10월 명단에는 백전노장 곽태휘(35·FC서울)를 불러 ‘군기반장’ 역할을 맡겼다. 카타르전서 곽태휘는 후반 25분 교체 투입돼 힘을 보탰다. 더불어 90분간 주장의 진가를 보여준 기성용은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그간 쌓아온 동료들의 신뢰도 함께 품에 안았다.
이날 기성용과 2골을 합작한 손흥민(24·토트넘)은 “경기 초반 골을 넣었을 때 ‘쉽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이어 두골을 내줬다. 하지만 (기)성용이 형이 전반전이 끝난 뒤 선수단의 분위기를 잡아줘서 선수들이 다시 집중할 수 있었고, 이는 후반전을 치르는데 큰 도움이 됐다”며 “형에게서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다시 배웠다”며 치켜세웠다.
기성용은 주장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있다. 동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기 위해 오히려 스스로를 계속해 다그친다. 그는 “기회가 있어 골을 넣었지만, 내 역할은 아니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발이라도 더 뛰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부드럽게 대했지만, 최종예선에서는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선수들이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 주장으로서 흔들리는 분위기를 잡으려 했고, 그것이 주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