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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투저’ 가라! 외국인투수들의 명품투구 열전

입력 2016-10-17 1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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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헥터, LG 허프, 넥센 밴 헤켄. 스포츠동아DB

KIA 헥터, LG 허프, 넥센 밴 헤켄. 스포츠동아DB

치고 박고, 엎고 뒤엎는 치열한 타격전은 팬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다. 어쩌다 한번이 아니라 매일, 매경기 무수한 안타와 홈런을 주고받는 타격전이 이어지면 팬들도 지친다. 최근 들어 KBO리그는 극심한 ‘타고투저’가 지속되면서 1안타, 1홈런, 1득점에 대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팬들도 그 1안타, 1홈런, 1득점의 절실함과 짜릿함을 느낄 기회를 잃어버리고 사는 시대다.

그러나 2016년 가을잔치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정규시즌에서 지속되고 있는 ‘타고투저’의 피로감을 날리면서, 타격전 대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투수전이 주는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그 중심에 외국인투수들의 릴레이 호투가 자리 잡고 있다.

첫 테이프는 KIA 헥터 노에시가 끊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WC). 정규시즌 4위인 LG가 사실상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한 가을잔치의 서막. 5위로 포스트시즌 마지막 티켓을 잡은 KIA는 1패 또는 1무만 기록해도 탈락하는 기울어진 링 위에서 벼랑 끝 승부를 펼쳤다. 여기서 헥터는 7이닝 5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회에만 30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헥터는 2회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승부했다. 이날 투구수 98개 중 직구만 60개를 던졌다. 최고구속은 151㎞. 그리고 최고구속 141㎞에 달한 슬라이더를 16개 던졌고, 커브(13개)와 체인지업(9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팬들을 매료시켰다.

WC 1차전에서 LG 선발투수로 나선 데이비드 허프 역시 역투를 펼치며 투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4회 오지환의 결정적 실책 속에 4실점 중 비자책점이 2점이나 되면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7이닝 동안 4안타만 허용했다는 점에서 그가 할 일은 다했다는 평가였다.

준PO 2차전에서 보여준 넥센 앤디 밴 헤켄의 투구는 ‘명불허전’이었다. 1차전에서 LG에 패해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6회까지 단 1안타만 허용하는 완벽한 피칭을 자랑했다. 7.2이닝 3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팀에 반격의 승리를 안기면서 영웅이 됐다. 최고구속은 143㎞에 그쳤지만 투구수 102개 중 핀포인트 컨트롤로 직구를 61개나 던졌고, 주무기인 포크볼을 30개 던져 LG 타선을 농락했다.

1승1패에서 맞이한 준PO 3차전. 이번엔 허프가 주인공이 됐다. 7이닝을 5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버티면서 4-1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수 98개 중 시속 151㎞에 달한 직구가 63개였고, ‘베스트 스터프’인 체인지업이 28개였다. 직구가 마음대로 잘 들어가지 않는 날 타개책으로 삼는 컷패스트볼(커터)은 이날 7개만 던졌다. 사실상 투피치. 상대가 ‘직구 아니면 체인지업’이라고 알고 들어왔지만,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구위와 제구력으로 압도했다.



여기에 준PO 1차전 선발로 나서 비록 8안타를 맞긴 했지만 6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투수가 된 LG 헨리 소사도 명품 외국인투수 열전에서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투수들의 릴레이 호투가 ‘점수가 적게 나더라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이들의 역투가 2016년 가을야구를 더욱 풍성하게 채색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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