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헥터, LG 허프, 넥센 밴 헤켄. 스포츠동아DB
그러나 2016년 가을잔치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최근 정규시즌에서 지속되고 있는 ‘타고투저’의 피로감을 날리면서, 타격전 대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투수전이 주는 야구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다. 그 중심에 외국인투수들의 릴레이 호투가 자리 잡고 있다.
첫 테이프는 KIA 헥터 노에시가 끊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WC). 정규시즌 4위인 LG가 사실상 1승을 먼저 안고 시작한 가을잔치의 서막. 5위로 포스트시즌 마지막 티켓을 잡은 KIA는 1패 또는 1무만 기록해도 탈락하는 기울어진 링 위에서 벼랑 끝 승부를 펼쳤다. 여기서 헥터는 7이닝 5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1회에만 30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헥터는 2회부터 공격적인 투구로 승부했다. 이날 투구수 98개 중 직구만 60개를 던졌다. 최고구속은 151㎞. 그리고 최고구속 141㎞에 달한 슬라이더를 16개 던졌고, 커브(13개)와 체인지업(9개)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팬들을 매료시켰다.
WC 1차전에서 LG 선발투수로 나선 데이비드 허프 역시 역투를 펼치며 투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4회 오지환의 결정적 실책 속에 4실점 중 비자책점이 2점이나 되면서 패전투수가 됐지만, 7이닝 동안 4안타만 허용했다는 점에서 그가 할 일은 다했다는 평가였다.
준PO 2차전에서 보여준 넥센 앤디 밴 헤켄의 투구는 ‘명불허전’이었다. 1차전에서 LG에 패해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6회까지 단 1안타만 허용하는 완벽한 피칭을 자랑했다. 7.2이닝 3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팀에 반격의 승리를 안기면서 영웅이 됐다. 최고구속은 143㎞에 그쳤지만 투구수 102개 중 핀포인트 컨트롤로 직구를 61개나 던졌고, 주무기인 포크볼을 30개 던져 LG 타선을 농락했다.
1승1패에서 맞이한 준PO 3차전. 이번엔 허프가 주인공이 됐다. 7이닝을 5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버티면서 4-1 승리를 이끌었다. 투구수 98개 중 시속 151㎞에 달한 직구가 63개였고, ‘베스트 스터프’인 체인지업이 28개였다. 직구가 마음대로 잘 들어가지 않는 날 타개책으로 삼는 컷패스트볼(커터)은 이날 7개만 던졌다. 사실상 투피치. 상대가 ‘직구 아니면 체인지업’이라고 알고 들어왔지만,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구위와 제구력으로 압도했다.
여기에 준PO 1차전 선발로 나서 비록 8안타를 맞긴 했지만 6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승리투수가 된 LG 헨리 소사도 명품 외국인투수 열전에서 빼놓을 수 없다.
외국인투수들의 릴레이 호투가 ‘점수가 적게 나더라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전해주고 있다. 이들의 역투가 2016년 가을야구를 더욱 풍성하게 채색하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