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무리뉴 감독.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런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24일(한국시간) 열린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2016∼20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의 화두는 맨유 신임 사령탑 주제 무리뉴(53) 감독의 친정 방문이었다. 올 시즌 맨유에 부임한 무리뉴 감독은 2차례에 걸쳐 첼시를 지휘했다. 2004년 여름부터 2007년 9월, 2013년 6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숱한 영광을 일궜다. 이를 의식한 듯 무리뉴 감독은 결전을 앞두고 “나와 함께 역사를 만든 첼시에서 세리머니를 할 수 없다”고 선언했으나 굳이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무리뉴 감독에게 모처럼의 친정 방문은 아주 참혹했다. 첼시의 4-0 완승. 3경기 연속 무승(2무1패)에 빠진 맨유는 7위에 자리했고, 첼시는 3연승을 달려 승점 19로 4위까지 도약했다.
첼시는 킥오프 30초 만에 페드로 로드리게스의 선제골로 앞서 갔다. 기세가 오른 첼시는 전반 20분 게리 케이힐, 후반 16분 에당 아자르, 후반 24분 캉테의 릴레이 포로 4골차 완승을 거뒀다. 다소 불안함을 주던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3-4-3 포메이션에 대한 평가도 바뀌었다. 현지 채널 스카이스포츠 해설진은 “3-4-3은 선수들이 완성하기 가장 힘든 시스템이다. 그러나 첼시는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고 최고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카이스포츠 패널로 출연 중인 맨유 출신의 게리 네빌 역시 놀라움을 표했다. 네빌은 “3-4-3전략의 이유를 딱 한 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지만 중심에 다비드 루이즈가 있다. 루이즈는 수비수이면서도 미드필드도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경기 상황에 맞게 포지션을 이동하며 공수 모두 안정시켰다”고 첼시도 우승 후보로 올려놓을 것을 주장했다.
이날의 화제는 또 있었다. 90분 내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던 무리뉴 감독이 경기 후 콘테 감독에게 귀엣말을 한 장면이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현지 취재진은 두 감독에게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물었으나 둘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후 이탈리아의 한 TV가 “무리뉴 감독이 콘테 감독에게 ‘4-0 리드 상황에서 그렇게 격한 세리머니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그런 행동은 우리에게 큰 모욕감을 줬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콘테 감독이 4-0으로 앞선 시점에서 첼시 팬들을 향해 몸을 돌려 응원을 유도한 장면이 무리뉴 감독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이에 콘테 감독은 현지 기자들에게 “솔직히 난 4-0으로 앞설 때 맨유 서포터스의 응원 밖에 들리지 않았다. 우리 선수들도 홈 팬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만 하다는 생각에 응원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래저래 큰 상처만 입고 맨체스터로 돌아갈 무리뉴 감독은 어떤 복수를 준비할까.
런던 | 허유미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