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차우찬(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3시즌 종료 후 KIA는 내부 FA 이용규와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협상은 결렬됐고, 이용규는 우선협상기간 종료 직후 오전 12시가 지나자마자 한화와 4년 총액 67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노련한 KIA 프런트는 이용규를 위해 준비했던 예산 일부를 돌려 LG에서 FA가 된 이대형과 4년 24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KIA 프런트에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이용규를 놓친 것과 이대형에게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안기고 보상선수도 떠나보내야 한다는 질책이었다. 그러나 KIA는 이용규 대신 보상선수로 포수 한승택을 얻었다. 하락세였던 이대형도 KIA에서 타율 0.323을 기록하며 정상급 리드오프로 다시 태어났다.
2016년 삼성은 어려운 숙제를 앞두고 있다. 투·타 모두 핵심 중에 핵심 전력이 FA가 됐다. 9일 최형우(33)와 차우찬(29)은 FA권리를 행사했다.
삼성의 공식 입장은 ‘최형우, 차우찬 모두 팀에 꼭 필요한 선수다. 잔류를 위해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겠다’로 정리된다.
그러나 삼성은 내부적으로 ‘과열된 FA시장에서 비상식적으로 비춰질만한 과한 계약은 어렵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최형우와 차우찬 모두 해외진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시즌 중 에이전트를 선임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도전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태다. 만약 해외로 떠난다면 일본일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타 구단이 막대한 연봉을 제시할 경우 잔류 쪽이 더 힘을 받는다.
삼성이 예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최형우와 차우찬 모두 국내 타 팀으로의 이적이다. FA시장에서 대체 전력은 마땅치 않다. 타선은 지난해 박석민에 이어 최형우까지 빠지면 중심타선은 이승엽 홀로 버텨야 하는 형세다. 차우찬 없는 선발진도 악몽이다. 같은 좌완인 장원삼이 부활하지 못하면 기존 토종 선발진은 사실상 윤성환 한명만 남게 된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