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과 롯데, 헤어짐에 따른 득실은?

입력 2017-01-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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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은 미국 진출 재확인으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또 많은 것을 얻을지도 모른다. 황재균을 떠나보낸 롯데 역시 마찬가지다. 양 측의 협상 결렬이 실패로만 치부될 수 없는 이유다. 스포츠동아DB

본질적으로 헤어짐은 아름답기 어렵다. 무언가 어긋났기에 결별에 이르렀을 터다. 그런 점에서 황재균(30)과 롯데의 이별은 꽤 예외적으로 보인다. 장원준(32)이 두산으로 떠났을 당시 롯데의 반응을 떠올려보면 극히 대조적이다. 2014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된 장원준과의 잔류협상이 깨지자 롯데는 베팅액 ‘88억원’을 공개했다. 반면 황재균 협상 과정에서는 철저히 제시액을 함구했다. 황재균을 잡기 위해 롯데가 마련한 보장금액과 옵션을 합치면 총액 8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황재균은 직접 이윤원 단장을 만나 메이저리그 도전의사를 전했다. 꿈을 좇은 황재균의 선택은 야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결렬은 ‘다른 방식의 합의’이기도 하다. 양측의 정교한 셈법에 따라 ‘지금은 결별해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을 개연성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황재균. 스포츠동아DB



● 황재균의 득실

야구계 인사는 “정확히 표현하자면 황재균과 롯데의 협상은 결렬이 아니라 유예”라고 평가했다. 황재균은 롯데와의 협상을 통해 불확실한 메이저리그 도전에 따른 ‘보험’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굳이 황재균이 롯데의 조건을 들어보고, 미국행을 결단한 대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인사는 “이로써 황재균은 ‘잘되면 강정호와 이대호’, ‘잘 안 풀리면 윤석민’의 길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히어로즈 시절 동료였던 강정호(30)가 피츠버그에서 성공한 모습을 보며 황재균의 동기부여가 불타오르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2016년 이대호(35)의 시애틀 정착을 보며 ‘스플릿계약도 내가 잘만하면 뚫을 수 있다’는 빛을 보았을 것이다. 만에 하나 뜻을 이루지 못해도 윤석민(31)의 KIA 유턴(4년 90억원)에서 봤듯, KBO리그는 만성적 선수부족이다. 그렇더라도 황재균이 손안에 든 거금을 일단 마다하고 꿈을 택한 순수함을 폄하할 수는 없다. 세상일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황재균은 안정이 아닌, 도전을 택한 것이다.

롯데 조원우 감독. 스포츠동아DB



● 롯데의 득실

당장 롯데는 전력 손실이 불가피하다. 사실상 내야 포지션이 전부 불안해졌다. 조원우 감독이 최대 피해자일 수 있다. 그러나 2015~2016시즌 KIA처럼 ‘강제 리빌딩’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이 열렸다. 롯데 프런트가 2017시즌을 구상하는 조 감독에게 단기 성적이 아닌 장기적 방향성을 추구하는 시그널을 보내면 공생이 가능하다. 황재균 협상은 롯데 프런트와 그룹이 교감하며 움직였다. 협상을 통해 ‘롯데가 인색하게 굴지 않았고, 선수 마음까지 얻었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훗날 황재균이 KBO리그 복귀를 생각할 때, 롯데는 실질적 우선순위를 확보했다. 2015시즌 공격적 FA 영입(손승락 60억원, 윤길현 38억원, 송승준 40억원)으로 투자여력이 떨어졌던 롯데로선 2017시즌 이후 FA가 되는 강민호(32), 손아섭(29)을 붙잡기 위한 실탄을 비축한 것도 실리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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