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전천후 활약’ KIA 심동섭 “어디서든 제 몫 하고파”

입력 2017-09-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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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심동섭은 최근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제는 내 몫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프로 8년차를 보내는 ‘영건’의 불타오르는 투지가 호랑이 군단의 고공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심동섭은 최근 선발과 불펜을 오가면서 전천후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제는 내 몫을 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프로 8년차를 보내는 ‘영건’의 불타오르는 투지가 호랑이 군단의 고공행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심동섭(KIA·26)은 2010년부터 호랑이 군단에 합류해 올해로 프로 8년 차를 맞이한 KIA의 대표적인 ‘영건’이다. 2010년 당시 신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2010 프로야구 신인지명은 지역연고 1차지명이 없는 전면 드래프트가 실시됐던 시기였다. KIA는 1라운드 3순위라는 꽤 높은 순번을 심동섭을 데려오는데 사용했다. 지역연고 출신의 좌완 ‘파이어볼러’에게 기대하는 바는 그 만큼 컸다.

그는 데뷔 첫해부터 당장 1군 무대에 올랐다. 본격적으로는 2011년부터 불펜에서 힘을 보탰다. 185㎝가 넘는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짜리 직구는 위력적이었다. 그해 57경기에서 3승1패2세이브7홀드 방어율 2.77(55.1이닝 17자책점)을 기록해 KIA 팬들로부터 ‘물건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이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주무기인 직구가 집중 분석을 당하면서 공이 점점 맞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진 부상은 슬럼프를 더욱 길게 만들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단 한 시즌(2013년)을 제외하고는 매 시즌 5점대 이상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물건’이었던 영건은 어느새 KIA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이 돼 있었다.

심동섭은 독한 마음으로 2017년을 새로이 시작했다. 강점으로 여겨지던 구속을 줄이는 대신 제구와 구위를 잡는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 위기 뒤에 기회도 왔다. 팀의 4·5선발투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이탈하면서 당장 대체선발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심동섭은 8월 30일 삼성전에 등판해 5이닝 무실점 쾌투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냈다. 이후 다시 불펜으로 돌아갔고 흔들린 경기도 있었지만 KIA 마운드에 꼭 필요한 마당쇠 역할을 해내고 있다.

KIA 심동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심동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보직은 상관없어요. 어디서든 이제 제 몫을 해야죠.”

-최근 유독 바빠 보인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는 게 어색하지 않나.




“선발로 출전했던 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약간 어색하긴 했다. 그래도 나름 준비를 해 그 어색함을 최대한 줄이려 했다. 최근 여러 보직을 맡았지만 특별히 불편한 건 없었다. 어떤 보직이든 더 편한 것이란 없다. 불펜으로 나갈 때는 매일 대기해야 하니까 나름대로 고충이 있고, 선발은 4~5일에 한 번 나가는 대신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니까 체력소모가 확실히 크다. 체력관리의 필요성을 크게 다시 한 번 느꼈다. 보직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어디서든 이제 내 몫을 하고 싶다.”


-선발등판은 5년만이었다. 어떻게 준비했나.

“아예 준비과정 자체가 생각이 안 나더라.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어야 하는지, 또 스파이크를 언제 꽉 매고 준비투구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감이 안 잡혔다. (양)현종이 형한테 많이 물어봤다. 네가 편한대로 하라고 해서 그냥 (양)현종이 형이 등판하는 날을 보고 있다가 그걸 그대로 따라했다.”


-오랜만에 선발마운드에 올랐으니 욕심도 있었겠다.

“큰 욕심은 없었다.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이번 1이닝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그동안 불펜에서 많이 던졌고, 부상으로 빠진 시간도 길었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닝을 길게 끌고 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4회부터 체력소모가 커 스피드가 많이 떨어졌다. 5회까지 던진 뒤 속으로 ‘6회부터는 내가 나가도 팀에 큰 도움이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5이닝 무실점에도 크게 만족했다.”


-삼성(통산 방어율 1.80)한테 무슨 감정이라도 있나.

“전혀 아니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팀을 상대로 잘 던지고 싶었다. 내가 신인시절에는 삼성의 성적이 워낙 좋았다. 또 당시에 KIA가 삼성한테 참 많이 졌다. 거기에서 느낀 게 있었다. 강팀한테는 어떻게 해서든 잘 던지고 싶었다.”

KIA 심동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심동섭.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어느덧 8년이다. 잦은 부상이 가장 아쉬워.”

-프로 8년차면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돌아보면 부상으로 빠져있던 시간이 참 아쉽다. 제대로 풀타임을 뛰었던 기억이 단 한 번도 없다. 꾸준히 마운드에 오르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 처음 지명을 받았을 때는 허리가 안 좋아서 1년을 거의 쉬었다. 그런데 허리가 좀 좋아지고 나니 그 다음에는 팔꿈치가 아프더라. 결국 2012년에 팔꿈치 수술을 한 뒤 후유증으로 1년을 고생했다. 이후에는 발목, 어깨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차례대로 아프더라. 몸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래도 아픈 와중에 불펜진에서 고생이 많았다.

“고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역할을 못하지 않았나. 다른 팀은 필승조, 셋업맨, 마무리 등 보직을 맡은 선수들이 다 제 역할을 해주는데, 난 어떤 자리에서도 그 역할을 하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어느 자리에서든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팀이 잘 되는 게 나에게도 가장 좋은 것 아니겠나.”


-구속은 과거에 비해 조금 떨어졌다.

“역시 구속보다는 구위더라. 150㎞를 던져도 맞아 나가는 것은 똑같다. 볼에 힘을 실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당장의 구속보다는 종속을 높이는데 집중했다. 항상 힘으로 던지려는 습관을 버렸다. 구위에 신경 쓰니 제구도 점차 좋아졌다. 상대가 파울을 많이 치니까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더라.”


-가을야구는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집중력을 정규시즌보다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 120% 정도 힘을 더 내고 싶다. 팀원들 모두 이제까지 잘 해왔으니 포스트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올렸으면 한다. 나도 그 속에서 힘을 보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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