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유럽투어 첫 승 놓친 이수민 “후유증? 오기 생겼다”

입력 2016-03-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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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메이뱅크챔피언십에서 뼈아픈 실수로 아쉽게 눈앞의 우승트로피를 놓친 이수민. 실망도 잠시, 실패를 교훈 삼아 “고생이 되더라도 더 큰 무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CJ

2월 메이뱅크챔피언십에서 뼈아픈 실수로 아쉽게 눈앞의 우승트로피를 놓친 이수민. 실망도 잠시, 실패를 교훈 삼아 “고생이 되더라도 더 큰 무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사진제공|CJ

“매주 다른나라 이동 유러피언투어
고생 되더라도 제대로 붙어볼 것”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내가 어떤 길을 가야하고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

남자골프의 기대주 이수민(23·CJ·사진). 2월21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메이뱅크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에서 그는 4라운드 17번홀까지 공동선두에 이름이 올라 있었다. 마지막 한 홀만 잘 하면 생애 처음으로 유럽무대에서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이수민은 우승을 지켜내지 못했다. 어이없는 실수를 하면서 더블보기를 해 눈앞의 우승트로피를 놓쳤다.

“억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하루를 꼬박 샜다. 동료들은 준우승도 잘했다며 축하해줬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나마 ‘후유증이 생기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했는데, 다음 대회(호주오픈)에서도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한 단계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이수민은 아마추어시절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3년엔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대회 군산CC오픈 정상에 오르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그런 그에게도 큰 시련이 숨어 있다. 2년 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선발전 탈락이다. 프로 전향도 미룬 채 아시안게임을 준비했지만 선발전에서 떨어졌다. 당시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만큼 충격이 컸다. 다행히 프로무대에서 빠르게 적응하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수민은 “이제는 모두 지난 일이다. 당시엔 충격이 컸지만 다 잊었다”며 훌훌 털어냈다.

메이뱅크챔피언십 우승을 놓친 것도 여운이 많이 남는다. 그러나 이수민은 실망이 아닌 긍정으로 받아들였다.

“많이 배운 경기였다. 나보다 상대의 경기에 더 신경을 썼고 그러다보니 집중하지 못했다. 또 마지막 홀에서는 보기 퍼트를 꼭 넣었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우승을 놓치면서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단독 2위도 지키지 못했다. 골프를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 때 빨리 탈출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모두 좋은 교훈이 됐다.”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는 못했지만 아시안투어를 발판 삼아 더 큰 무대로 진출하겠다는 1차 목표는 이뤘다. 이수민은 이 대회를 통해 유러피언투어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15위가 돼 어지간한 대회에 모두 나갈 수 있게 됐다. 시즌 종료시점까지 110위를 유지하면 내년 풀시드도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기회를 얻은 이수민은 더 독하게 이를 악물었다. 이수민은 “매주 다른 나라로 이동해야 하는 아시안투어와 유러피언투어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다. 최근 5개 대회를 뛰고 돌아와 보니 체중이 7kg 정도 빠졌을 만큼 고됐다. 그러나 아직 어리니까 계속해서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더 큰 무대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겨뤄보고 싶다. 고생이 되더라도 한번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고 각오를 단단히 했다.

아시안게임의 한을 풀어낼 기회도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8월 열리는 리우올림픽 출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작년 말 세계랭킹 250위권이었던 이수민은 8일 현재 128위로 끌어올렸다. 한국선수로는 안병훈(27위), 김경태(73위), 최경주(103위), 송영한(120위)에 이어 5번째다. 세계랭킹 상위 2명까지 출전할 수 있어 조금만 더 순위를 끌어올리면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한 한을 올림픽에서 풀 수 있다면 더 없이 기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앞에 펼쳐질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먼저다. 조금 늦더라도 한 계단씩 꾸준하게 올라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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