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차일목-허도환(오른쪽).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 들어 포수 3명을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올 시즌 역대 최고령 포수에 도전하는 주전 조인성(41)에다 새롭게 한화 유니폼을 입은 차일목(35), 그리고 지난해 넥센에서 이적한 허도환(32)이다. 특히 차일목과 허도환의 변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김 감독은 일본 고치와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수확이 많았지만, 특히 차일목과 허도환의 변신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동안 지적됐던 약점이 많이 개선됐다는 평가다.
차일목은 팬들 사이에서 ‘자동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엔 11차례 도루시도 중 단 2차례만 잡아내 도루저지율이 0.167에 그쳤다. 2014년엔 0.234(도루시도 94회 중 22회 저지), 2013년엔 0.183(도루시도 98회 중 18회 저지), 2012년엔 0.218(도루시도 88회 중 도루저지 12회)에 그치는 등 도루저지에 관해선 약점이 많은 포수였다.
그러나 오키나와 연습경기 때 도루저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자 김 감독은 “차일목 별명이 자동문이라던데 이제 자동문이 아닐 거야”라며 웃었다. 차일목은 이에 대해 “캠프에서 오키 배터리코치님과 김정준 코치님에게 많이 배웠다. 그동안의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공 잡는 법부터 시작해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걸 다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종전까지 강하게만 던지려고 하다보니 송구동작이 컸지만, 오히려 간결한 동작으로 정확하게 던지다보니 도루저지가 잘 되고 있다는 자체 분석이다. 그러면서 “어깨가 고질적으로 아파 거기에 신경쓰다보니 송구 동작도 변형됐는데, 겨울 동안 어깨 보강운동에 공을 많이 들였다. 그 덕분인지 어깨가 아프지 않다”며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시범경기에서는 아직 그가 안방에 앉았을 때 상대가 도루를 시도하지 않아 도루저지 솜씨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지만, 앞으로 그의 변신을 지켜볼 만하다.
김 감독은 또 다른 포수 허도환에 대해서도 칭찬을 했다. 그동안 차일목이 도루저지가 약해 ‘자동문’으로 불렸다면, 허도환은 방망이가 약해 ‘진행요원’으로 불렸다. 지난해 타율은 0.176(91타수 16안타)에 머물렀고, 통산타율 역시 멘도사라인 언저리인 0.209에 불과했다. 허도환이 라인업에 들어가면 하위타선에서 쉬어가는 타순쯤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김 감독은 “허도환 방망이가 많이 좋아졌다. 타격폼을 수정하면서 타구질이 달라졌다. 이제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낼 줄 안다. 올해는 하위타선에서 ‘진행요원’만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루저지 능력 또한 개선이 됐다는 평가다.
허도환은 김 감독의 평가를 전해들은 뒤 “정말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느냐”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시범경기에 2경기 나선 허도환은 상대의 1차례 도루시도를 저지했고, 타격에서는 아직 타수가 적지만 2루타 1개를 포함해 6타수 2안타(타율 0.333)를 기록 중이다. 삼진은 없고, 1타점과 1득점을 곁들였다.
조인성은 지난해 말 생애 3번째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했다. 1974년 5월 8일생인 진갑용이 지난해 삼성 유니폼을 입고 역대 최고령(만 41세 27일) 포수 출장 기록을 남긴 뒤 은퇴했는데, 1975년 5월 25일생인 조인성은 올 시즌 이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3명을 앞에도 써 보고 뒤에도 써 보겠다. 어떤 투수하고 호흡이 맞는지도 체크하겠다”며 다양한 카드를 실험하고 있다. 과연 차일목과 허도환이 조인성이 외롭게 지키고 있던 한화 안방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