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분노의 윤리학’에서 곽도원은 “키스신은 처음이라 무척 떨렸다”고 말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작년 ‘범죄와의 전쟁’에서 악바리 검사 조범석부터 ‘회사원’에선 질투심 가득한 상사 권종태, 드라마 ‘유령’에서도 ‘미친소 경감’으로 나와 ‘미친 존재감’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번 ‘분노의 윤리학’에서도 그가 보여준 연기 역시 빛났다.
곽도원은 영화 ‘분노의 윤리학(감독 박명랑)’에서 의문의 살인을 당한 미모의 여대생과 불륜관계를 맺고 있는 사회적 위치와 명성이 있는 교수 김수택 역을 맡았다. 그는 잘못된 사랑을 하는 다소(?) 느끼한 연기부터 분노, 비굴함 등 목소리·표정으로 열연했다.
‘분노의 윤리학’은 처음부터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지고 시작하는 영화. 미모의 여대생과 은밀한 관계가 있는 4명의 남자(사채업자, 전 남자친구, 옆집 스토커, 불륜 관계 교수)들의 욕망과 분노를 표현하며 현대사회 속 정의의 잣대, 양심의 잣대가 어디 있는 지 관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배우는 관객들을 즐겁게 해야 하는 사명감과 세상에 질문을 던져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의 내면과 영화 속에서 철학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게 돼 행복해요.”
영화 속에서 4명의 남자들은 미모의 여대생이 살인당한 이유는 자신의 탓이 아니며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논쟁한다. 결국 누구 하나 “내 잘못이다”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없다. 영화에서는 이 드라마를 통해 세상 속 우리가 목에 핏줄을 세워가며 옳다고 주장하는 것들이 개인적인 분노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노가 윤리학을 집어삼킨 것은 아닌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시작이 하늘에서 땅으로 향하다가 한 여자를 계속 따라가잖아요. 거기서 사건이 발생하고. 만약 카메라의 시선이 미모의 여대생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했어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또 누군가는 분노하고 살아가고 있을 거예요. 관객들과 이런 고민들을 함께 나눴으면 좋겠어요.”
배우 곽도원.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이번 영화를 하며 그가 배운 점은 독특하게 ‘칭찬하기’이다. 박명랑 감독이 촬영 중 곽도원의 연기를 보며 감탄하면서도 “다시 한번 가자”는 말에 밤새도록 촬영을 했다는 것.
곽도원은 “감독님의 고도의 전략인 것 같았다. 김수택이 여대생 살인 용의자로 지목돼 조사를 받을 때 무서워 우는 장면이 있지 않나. 3일 동안 탈수증세가 와도 찍은 거다. 칭찬을 워낙 해주시니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곽도원은 “단편 이후 이런 작품을 만나지 못한 것 같다. 오랜만에 참 행복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연기하며 너무 힘들었던 시절 연기자 생활을 그만두려고 했던 때였다. 스스로 ‘내가 왜 연기자가 됐을까’ 고민하던 때, 대학로에서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길곡리’라는 연극을 보게 됐다.
한달에 210만원을 벌며 겨우 입에 풀칠을 하고 있는 한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되며 벌어지는 논쟁이 담긴 이 연극을 보며 배우에 대한 소명감을 얻었다.
그러면서 곽도원은 5년 후 자신의 꿈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는 “5년 후에는 제주도에 게스트 하우스를 마련해서 손님들과 술 한 잔씩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좋은 곳을 알려달라고 하자 “아 이거 비밀인데~”하며 제주도의 지리부터 땅값까지 줄줄이 말하며 게스트 하우스를 마련하면 꼭 놀러오라고 미리 초청을 하기도 했다.
결혼은 하고 가야하지 않는지 묻자 곽도원은 “그래서 요즘 호감 가는 여자 분에게 ‘제주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봐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끔 지인들을 통해 소개팅을 받기도 해요. 그런데 인연이 맺어진다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게다가 사랑하면 ‘이별’이라는 단어가 떠올라 시작하기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인연 만나겠죠?(웃음)”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