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천만돌파⑤] ‘이순신’, ‘변호인’, ‘광해’…民心 대변해준 진정한 영웅

입력 2014-08-09 21: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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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 의리는 충(忠)이다. 충은 백성을 향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다.” - 영화 ‘명량’ 최민식(이순식 역)의 대사 中-

10일 한국영화사상 역대 최단 기간으로 1000만 명의 관객에게 사랑을 받은 ‘명량’(감독 김한민)의 성공요인은 당연히 ‘충무공 이순신’이다.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남은 12척의 배를 이끌고 330척 왜군과 맞서 싸우며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는 그의 모습은 지도자로서의 바른 행동 가짐과 리더십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 관객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며 위로를 전한 것은 충무공 이순신이 처음은 아니다. 관객들에게 즐거움과 짜릿함을 주는 영화가 있었는가 하면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영화는 늘 존재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와 ‘변호인’(2013)이다. 조선 광해군 8년, 독살위기에 처한 왕을 대신해 가짜 왕 노릇을 한 천민 ‘하선’(이병헌 분)의 이야기를 그린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231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왕 노릇을 하면 큰 대가를 받는다는 조건을 수락한 하선은 난생 처음 해보는 왕 노릇에 당황하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다가 기득권 세력의 탐욕에 대한 분노가 쌓이며 점점 진지한 왕으로 변해간다. 비록 가짜 왕이지만 대동법에 반대하는 신하들에게 “땅 열 마지를 가진 이에게 쌀 열섬을 받고 땅 한마지기를 가진 이에게 쌀 한 섬을 받겠다는 게 그게 차별이요?”라고 하며 명(明)에 대한 예를 지키라는 신하들의 요구에 “나에겐 사대의 예보다 내 백성들의 목숨이 백 곱절 천 곱절 더 중요하다”라며 대중이이 시대에 리더들에게 듣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며 마음의 응어리를 풀어내게 했다.

‘변호인’도 마찬가지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81년 부산에서 변호사로 지내던 시절 일어난 ‘부림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1137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탁월한 사업수단으로 승승장구하던 송우석(송강호 분)은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공안 사건에 휘말리며 변호를 맡게 된다. 모진 고문에 억지 자백서를 쓰는 진우의 모습과 고문 가해자인 차동영(곽도원) 경감의 뻔뻔한 증언으로 분노한 송우석은 공판에서 재판장과 모든 이들에게 인권에 대해 외친다. 특히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인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와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며 일갈하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명량’의 이순신 역시 백성을 우선시 했다. 극 초반 이순신은 탈영병의 목을 과감하게 베고 독단적으로 군사들을 카리스마 있게 다룬다. 질게 뻔한 전쟁이라고 외치는 부하들의 목소리에도 계속 출정을 명한다. 이러한 이순신의 뒷모습은 나라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왜군의 간계로 인해 나라에 버림받고 파면 당했던 아버지 이순신에게 아들 이회가 도대체 왜 싸우는 것인지 물었을 때 이순신의 “충은 백성을 향한다”는 답변은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먹먹히 울린다. 이는 곧 나라는 백성이며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임을 나타낸다. 이렇게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위하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지도자가 어떤 모습으로 나서야 하는지 말한다.

내 백성의 목숨이 더 귀하고, 국가란 국민이고, 충직함은 백성에게 향해야 한다는 영화 속 명대사를 들으며 관객들의 마음은 뜨거워진다. 어쩌면 극중 인물의 행동은 너무 당연하고 상식적인 지도자의 모습임에도 이를 보며 감동을 받는 이유는 최근 세월호 참사로 드러난 정부의 허술한 처신과 리더십의 부재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정치권에 대한 실망스러움과 배신감을 영화를 통해 치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곽영진 영화평론가는 “국내 관객들은 영웅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10~20년 동안 국민은 한국의 정치 엘리트와 지도자들에 대한 실망, 좌절, 분노가 컸다. 이로 인해 국민들에겐 숨통을 트이게 할 영웅이 필요했다. 작년의 ‘변호인’이 그랬듯, 올해는 ‘이순신’이 된 것이다. 올해는 시대적인 분위기(세월호 참사)도 작용을 많이 했다. 또한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기에 중장년층에겐 향수로, 젊은이들에겐 로망으로 다가온 것 같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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