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동아닷컴DB
3일 오후 ‘부산국제영화제를 지키는 범시민 대책위’(범대위)가 부산 해운대구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 14층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를 항의방문했다. 남상우 범대위 상임대표를 비롯한 부산 지역 시민단체와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은 김세훈 영진위원장에게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영진위의 지원금 삭감에 대해 따져 물었다.
이날 자리는 지난해 영화제의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불거진 잇단 ‘외압’ 논란과 무관치 않다. 부산시의 ‘다이빙벨’ 상영 ‘불허’ 논란 이후 이용관 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사퇴 ‘권고’, 영진위의 지원금 삭감 등에 대해 영화계 안팎에서는 영화제 밖의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한 의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 20년 전인 1996년 오늘,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당시 조직위원장 문정수 부산시장과 김동호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부산시 및 영화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조직위원회 사무식 현판식이 열렸다. 그리고 한국의 첫 국제영화제의 항해를 국내외에 공식 선포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은 1994년. 그해 11월 부산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한 ‘2002년 아시아 경기대회에 대비한 부산 영화문화의 진흥방안’ 세미나에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장이었던 김지석 부산예술대 교수가 공개적으로 처음 제안했다. 이후 1996년 초부터 영화제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주로 소개하며 대중의 인식 전환을 꾀하고, 신인감독을 발굴해 지원하면서 열악한 환경의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대중적으로 소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는 이용관 당시 중앙대 교수와 김지석(현 수석프로그래머) 부산예술대 교수, 전양준(현 집행위 부위원장) 프로듀서가 프로그래머를 맡아 ‘아시아 영화의 창’, ‘월드 시네마’, ‘뉴커런트’ 섹션 등에서 구현키로 했다. 결국 그해 9월13일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그 사이 조직위원회의 한 주체였던 부산시 등 ‘관’은 지원에 힘을 기울였다. 조직위원회 현판식에서 문정수 시장은 “부산시는 재정지원만 할 뿐 프로그램 선정 등 영화제 실제 운영은 전적으로 영화인들이 맡을 것”(1996년 6월6일자 한겨레)이라고 선언했다.
20년 전 선언은 이제 퇴색한 것일까, 아닐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