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유키스의 일라이. 스포츠동아DB
원더걸스 선예·유키스 출신 동호 등
기획형 아이돌 20년 ‘새로운 문화’로
아이돌의 ‘반란’일까, ‘진화’일까.
“임신한 아내를 둔 유부남”이란 그룹 유키스의 일라이(24·사진)의 고백이 여러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아이돌이 용감해졌다는 평도 있고, 그 수명이 길어지고 산업화하면서 생겨난 새로운 문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동포 3세 일라이는 작년 6월 11세 연상의 모델 출신과 혼인신고를 했다고 SNS를 통해 고백했다. 현재는 아내가 임신 3개월이란 사실도 공개했다. 팬들은 물론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던 동료 멤버들도 충격에 빠졌다. 일라이는 팀 활동에 좋지 않은 영향을 고려해 소속사와 논의 끝에 비밀에 부쳤지만 2세가 생기면서 이를 알리게 됐다.
앞서 원더걸스 선예도 현역 활동 중 2013년 1월 24세의 나이에 결혼했고, 현재는 둘째를 임신했다. 한 유명 걸그룹 출신 멤버도 결혼 계획을 소속사와 팀에게 알려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21세인 유키스 출신 동호 역시 11월 말 결혼했다.
이는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기획형 아이돌 가수들이 탄생하기 시작해 20년간 계속되면서 그 문화와 의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엔 결혼은커녕 공개연애조차 엄두를 못 낼 일이었지만, 지금은 어린 아이돌 스타들이 결혼과 임신을 당당하게 말하고 있다.
가요계는 이를 아이돌 산업이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 아이돌 그룹 수명은 5년을 넘기기가 어려웠지만, 소녀시대와 원더걸스의 경우 내년이면 활동 10년차이고, 유키스 역시 올해 활동 8년차를 맞았다. 장수하는 그룹이 많아지는 만큼 자연스레 다양한 일들을 겪게 되는데, 흔치 않지만, 결혼도 그 중 하나로 바라보는 셈이다.
선예는 연예계를 사실상 떠났지만, 일라이는 정상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현재 유키스 팬들의 축복과 비난이 공존하지만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다. NH EMG 관계자는 “나쁜 일도 아니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인데 소속사로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면서 “회사는 어떤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며, 일라이는 출연을 확정한 드라마와 한중 합작영화 촬영 및 해외 스케줄 등을 계획대로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유키스는 내년 초 새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