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샘성폭력 사건을 다른 한 르포 프로그램에서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폭로다’라는 말을 접했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다. ‘나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내 나는 폭로 이후에 일어날 파장이 내 삶을 그날 이후로 또 한 번 변화시킬까 두려웠다. 그러나 어제 또 한 번 나는 한 여성의 용기를 접했다.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그 말은 나의 가슴을 다시 한 번 두들겼다.”
한 여성 감독 A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MeToo 캠페인에 동참하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게재했다. 그 글 속에는 지난 2015년 봄, 자신이 동료이자 동기인 여자 감독 B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것과 함께 해당 가해자 감독이 ‘준유사강간’이라는 죄명으로 유죄를 확정 받았다는 내용이 덧붙여 있었다.
이어진 글에서는 가해자인 여자 감독 B씨는 재판 기간 동안 본인이 만든 영화와 관련한 홍보활동 및 GV, 영화제까지 모두 참석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올해의 여성영화인상까지 받으며 놀라운 행보를 보였다는 말까지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성폭행의 가해자는 1명이었지만 그를 둘러싼 이들까지 피해자 A씨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기성 영화감독이자 이 일의 배경이 되었던 학교 교수는 가해자를 통해 이 사실을 알고는 피해자를 불러 고소를 취하하라고 종용했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은 2015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한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그렇듯 큰 사건이었지만 그동안 이런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지 않기도 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이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낸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피해자 A씨의 약혼자 C씨는 동아닷컴에 “피해자 입장에서 해당 사건이 알려져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또 작품이 좋으면 수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해자 감독이) 여성 영화인상을 받았다. 최종 판결이 나고 나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 팜플렛에는 가해자 B씨 감독이 ‘자랑스러운 동문’이라고 돼있더라. 그 부분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분명히 반성의 모습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가해자며 지금까지 어떤 입장 표명이 없다. 만약 공식적이기 힘들다면 간접적으로 피해자 쪽에 연락을 해서 사과, 반성 의사를 밝혀야하는데, 아무런 조치도 없다. 이대로 묻고 가려고 하는 것 같다.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이 화제가 된 이후 한 매체에 따르면 가해자 감독 B씨에게 상을 시상한 여성영화인모임 측은 긴급회의를 통해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판결을 받은 이후 진행된 시상에 대해 수상 박탈을 할지 궁금증을 모으는 부분이다.
아직까지 해당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사람은 1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용기 있는 고백으로 인해 또 다른 제 2의 피해자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