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남자’이종원“실제론애틋한독수리아빠”

입력 2008-10-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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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시대극·현대극“틀면나온다”종횡무진…TV향해“우리아빠때리지마”듣고배역신중
“그동안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다.” 안방극장의 ‘나쁜 남자’로 친숙한 배우 이종원의 푸념이다. 이종원은 요즘 자신을 따라다니던 ‘불륜남’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극, 시대극, 현대극을 넘나들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야구 모자에 반바지 차림의 편한 모습으로 나온 이종원은 “한정된 캐릭터에 갈증났었다”며 웃었다. 그는 MBC ‘에덴의 동쪽’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아버지로, KBS 2TV ‘바람의 나라’에서 고구려의 미래를 위해 희생하는 태자 ‘해명’으로 등장했다. MBC 주말극 ‘내 인생의 황금기’에서는 그동안의 역할과는 반대로 아내의 불륜에 상처받은 남편으로, 또 11월말 방송예정인 MBC ‘종합병원2’에서는 냉철한 외과의사를 맡았다. 이러한 최근 출연작에서는 ‘불륜남’ 이미지를 찾기 어렵다. 두 남매의 아버지 이종원은 실제로는 ‘에덴의 동쪽’의 다정다감한 아버지 기철과 ‘바람의 나라’의 부드러운 듯 강단 있는 해명을 닮았다. 아내와 두 아이를 필리핀에 보낸 ‘기러기 아빠’인 그는 이왕이면 강한 느낌의 ‘독수리 아빠’라고 불러달라고 말했다. “인터넷 전화로 매일 연락하고 화상으로 얼굴을 본다. 서울에서는 아파트에 5년이나 살아도 또래 친구가 없었다. 다들 학원 수업에 바빠 놀이터에도 애들이 없다. 무엇보다 두 아이의 정서적인 면에서 만족하고 있다.” 그는 아직 TV 속 이야기와 현실의 아빠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정의롭고 밝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과거에 드라마 ‘애정의 조건’에서 채시라씨가 제 뺨을 세게 때린 장면이 있었다. 그걸 본 아이가 크게 놀라더니 TV 화면에 나오는 채시라씨를 때렸다. ‘우리 아빠 때리지 말라’고. 얼마전까진 죽는 연기를 아이들에게 설명하느라 힘들었다. ‘저 칼싸움 가짜야’, ‘죽는 척 하는거야’ 설명했다. ‘에덴의 동쪽’을 보고 아이들이 울어 ‘바람의 나라’에서 죽는 모습은 일부러 보여주지 말라고 했다.” 출연이 겹치면서 그는 “주변에서 ‘(TV) 틀면 나온다’는 말을 듣고 난감했다”고 한다. “겹치기 촬영이란 연기자 입장에서 고생이기도 하지만 모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종원이 이런 연기도 할 수 있구나’라는 말에서 힘을 얻었다.” ‘바람의 나라’에서는 비록 특별 출연이었지만 전국 팔도에 중국 대륙까지 누비며 9회 분량을 6개월간 찍었다. ‘홍길동’ 이후 12년만의 사극에 출연하며 한동안 없던 부상도 잇따랐다. “‘바람의 나라’ 때 가운데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 부상을 입고 말을 타다 떨어졌다. 칼을 쥘 수 없어 손목에 테이프로 동여매고, 갑자기 움직이는 말 고삐를 잡으려다 손가락이 두 번 더 꺾였다. 그나마 다음 출연작 ‘종합병원2’에서는 수술에 기계를 이용하는 전문의라 메스를 직접 잡지 않아도 돼 다행이다.” 88년 리복 CF로 데뷔해 20년이 지난 지금 연예계의 대표적인 미중년(중년 같지 않은 젊은 외모)으로 자리잡은 이종원. 그는 “광고 한 편으로 스타라는 간판을 너무 빨리 달아봤다. 더 이상 인기라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 목표는 기복이 심하지 않은 꾸준한 배우다. 박근형 선생님처럼 꾸준히 자리를 지키는 배우로 늙고 싶다.” 이유나 기자 ly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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