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첫사극출연어려운숙제하는느낌…정려원·박민영애정공세꺎여복터졌죠
“‘미사’ 때는 꽃미남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어딜 가나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화제란 사실은 TV와 담쌓고 사는 이들조차 알고 남을 일. 배우 정경호(사진)는 3월 한 달 동안 그 ‘꽃남’들과 시청률을 놓고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그가 출연 중인 드라마는 SBS 대하사극 ‘자명고’(극본 정성희·연출 이명우). “5%%대의 첫 방송 시청률은 처음”이란 말로 ‘속 타는’ 속내를 솔직하게 표시하는 걸 보면 지금의 정경호가 2004년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꽃남’처
럼 등장한 그때의 정경호가 아님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스스로 겸손함을 드러냈을 뿐, 액면상 ‘꽃남’으로 유효한 정경호는 그러나 연기자로선 분명 청춘스타의 태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다. 20대 배우에게 사극이란 장르에 대한 도전은 대박 아니면 쪽박인 ‘도박’과도 같다.
그 역시 이러한 위험성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연기자로서 언젠가는 풀어야 할 “아직은 어려운” 숙제와 부딪쳐 보기로 했다.
덕분에 정경호는 “사극은 분장 지우는 맛에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사극 연기자의 직업병과도 같은 “오십견이 무엇인지도” 느껴보게 됐으며 이 증상엔 “일과 후 사우나가 효과적”임을 절감하고 있다.
대본 외에 “국어사전을 늘 지참하는 것”도 ‘자명고’에 출연하며 생긴 새로운 습관이다. 이는 단어를 장단과 고저에 따라 정확히 발음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써온 말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해왔다”는
반성도 하게 됐다.
정경호가 ‘자명고’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고구려의 왕자 호동이다. 낙랑국의 두 공주인 자명과 낙랑 사이에서 이를테면 사랑의 저울질을 하는, 남자 연기자로선 매우 행복한(?) 상황에 처해있다. 자명 역의 정려원과 낙랑 역의 박민영. 그
렇다면 20대를 대표하는 이 두 여배우들 가운데 정경호의 이상형으론 누가 더 근접해있을까.
“키 작고 아담한 여자”, 또 과묵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한 여자”에게 끌렸다는 과거 경험에 비춰 그는 “정려원과 박민영 모두 키 크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인 만큼 동료 이상의 감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정경호는 어느새 들어선 4월이 그 어느 해 4월보다 “두근거린다”고 했다. ‘자명고’가 아역 분량을 마치고 성인 부문으로 들어서는 달, 여기에 겨울 내내 기다렸던 “프로야구가 새 시즌에 돌입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는 “SK와이번스의 열성 팬”이라며 야 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덧붙여 “3부 아마추어 리그에 소속돼 있는 선수”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포지션은 외야수, 타순은 3∼4번을 오르내리는데 드라마 때문에 결장이 잦아 벤치 신세를 지게 생겼다”며 그는 울상을 지었다.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