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音談패설]조지윈스턴내한공연

입력 2009-05-17 14:35:24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조지 윈스턴. 사진제공=서울시향

‘자연을보면그가들린다’
‘조지 윈스턴’이란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낯익은 멜로디 하나가 툭 튀어 오른다. ‘히딩크’하면 2002 월드컵이 자동적으로 달려 나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는 ‘December(12월)’ 하나로 음악사에 깊은 음각을 새겼다. ‘December’를 들으며 그는 의외로 불행한 인물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과 동명의 음반 하나로 더 이상

그는 우리들에게 들려줄 것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December’는 완벽했고, 듣는 이들의 감성을 극한까지 파헤쳐 밑바닥에 깔린 아픔을 쓰다듬어 주었다.

1980년에 들어서면서 조지 윈스턴은 저 유명한 계절 시리즈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80년 ‘Autumn’를 시작으로 ‘Winter into spring(82)’를 냈고, 그 해에 역작 ‘December’를 발표해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1991년 ‘Summer’로 사계절 연작 시리즈를 마감하더니 94년(Forest), 96년 ‘Linus&Lucy’ 등을 연달아 발표하며 제2의 활동기를 활짝 열었다. 99년에는 한국 팬들을 위해 보너스 트랙으로 ‘아리랑’을 수록한 음반 ‘Plains’를 내기도 했다.

조지 윈스턴은 유키 구라모토와 함께 국내 팬들이 가장 사랑해 마지않는 피아니스트이다. 이들을 통상적인 ‘뉴 에이지’ 피아니스트로 묶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 않다. 두 사람은 닮은 듯하면서도 몹시 다르다.

빵과 고기를 뭉쳐 햄버거를 만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빵과 고기가 같은 존재가 아니듯, 두 사람은 ‘아주 다른’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유키 구라모토가 인간의 감성을 직접 파고들어가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비춰낸다면, 조지 윈스턴은 자연을 통해 바라보는 쪽을 선호한다.

그 자신을 ‘전원적 포크 피아노 연주자’라 불러주길 원한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 들판 한 가운데에 통나무집을 지어 놓고, 저녁 무렵 정원으로 옮겨 놓은 피아노 앞에 앉아 들판과 하늘, 바람을 청중 삼아 연주하는 그런 음악이다. 때때로 새가 지저귀면, 와인 한 모금 입에 물고 앙코르 삼아 한 곡 더 들려주는 그런 음악이다.

6월 19일부터 7월 5일까지 조지 윈스턴의 2009 한국 투어가 열린다. 충남 금산에서 시작해 창원, 부산, 대구, 전구, 광주, 하남, 음성을 도는 행군이다. 서울에서는 6월 23일과 24일 이틀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지난 1998년 내한 공연 때 IMF로 고통 받던 우리들을 위해 출연료 전액을 실직자 기금으로 내왔던 그다.

공교롭게도 우리들이 또 어려운 시기에 그가 찾아온다.

자연을 노래하는 그의 피아니즘은 아픔 이들의 상처를 깁고 보듬는다. 오늘따라 조지 윈스턴이 무척 듣고 싶다. (공연문의 서울예술기획 02-548-4480)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기획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