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악으로일군정근우의4할타

입력 2009-05-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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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는 고등학교 시절, 남들보다 1시간 일찍 등교했다. 그리고 작은 체구의 핸디캡을 만회하기 위해 남몰래 웨이트트레이닝 기구와 씨름했다. 10년이 흘렀다. 이제 정근우는 누구보다 ‘큰’ 선수가 됐다. 21일 대구에서 열린 SK-삼성전. 정근우는 2개의 안타를 추가하며 공격 3개 부문 1위를 지켰다.스포츠동아DB

2005년 일본 오키나와 봄 캠프. SK는 LG와 평가전을 치르고 있었다. 부담 없는 분위기인지라 경기조가 아닌 선수들은 기자실에 들어오기도 했다. 당시 LG 투수였던 장문석(현 KIA)은 옆에서 SK의 작달만한 3루수를 보더니 한마디를 불쑥 내뱉었다. “쟤, 나중에 야구 잘 하겠다. 빠르고, 과감하고, 창피한 거 모르고.”

4년여가 흘러 2009시즌. 그때의 ‘풋내기’는 4할 타율과 200안타를 동시에 넘보고 있다. 타율 0.409. 65안타 35득점 16도루로 공격 3개 부문 1위. 출루율·장타율도 톱10. 민경삼 운영본부장이 “연봉이 한꺼번에 너무 올라가면 나중에 FA될 때 움직이기 힘들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꺼낼 정도로 MVP급 활약상이다.

정근우(27). 고려대 시절부터 야구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작은 체구 탓에 SK도 지명을 망설였다. 당시 스카우트였던 진상봉 운영팀 차장이 강력 추천했다. “송구 기본도 안 잡힌 선수”라고 첫 인상을 기억했던 민경삼 운영본부장이 눈 딱 감고 결단을 내렸다.

첫해 부진으로 뽑아놓은 사람들을 숨죽이게 했지만 2년차부터 잠재력을 끄집어냈다. 2006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2007년 타율 0.323을 찍었다. 2008년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을 동시 경험한 한국야구의 ‘성골’이다.

늘 웃는 낯이고, 이만수 수석코치를 보고 “브라더(형제)!”라 부를 만큼 붙임성 있는 성격이어서 이진영(LG행)이 떠난 뒤, 이호준과 SK 분위기 메이커 투 톱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야구를 향한 근성과 집념이 숨어있다. 개인훈련을 위해 신혼여행까지 미룬 그답게 19일 삼성전에서 안타를 못 치자 다음날 특타를 감행했다. 그리고 20-21일 연속멀티안타로 4할 타율에 재진입했다.

타순을 매일 바꾸는 김성근 감독도 정근우는 1번 고정이다. 21일 삼성전에서도 2안타 1타점으로 SK 공격의 물꼬를 텄다. 물에 젖은 잔디를 염려한 김 감독의 배려로 교체된 정근우는 승리 직후 “잘 나가고 있지만 초반에 비해 페이스는 떨어지는 것 같다. 타이틀을 다 차지하려면 과한 것이고, 굳이 하나를 따지자면 최다안타를 하고 싶다. 연습량이 부족하면 특타로 보완해 체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WBC 후유증을 여기저기서 말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이다.

대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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