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조범현 감독. 스포츠동아 DB
1990년까지OB마스크‘특별한추억’
잠실구장은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습니다. 첫 데이트 장소, 혹은 프러포즈를 한 곳, 가족 또는 친구와 야구를 보며 웃고 울었던 곳입니다. 야구가 생업이자 인생인 야구선수들에게는 잠실이 더 특별하겠지요.21일 한 중년남성도 잠실에 서서 감회가 새로운 듯 환한 미소를 짓습니다. 19년 전인 20대 때 꿈과 열정을 쏟은 곳. 중년남성은 잠실의 푸른 잔디를 조심스럽게 밟으며 또 한번 웃습니다.
KIA 조범현 감독 이야기입니다. 조 감독은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21일 1루 덕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봤습니다. 훈련을 끝낸 선수들이 모두 숙소로 돌아간 뒤 조 감독은 구장을 한바퀴 돌아보며 “1루 덕아웃에서 19년 만에 경기를 치르는 것 같아요”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페넌트레이스 1위 KIA의 홈경기로 열립니다. 조 감독도 19년 만에 잠실을 홈으로 경기를 치릅니다. 조 감독은 1982년 OB 원년멤버로 프로에 데뷔해 1990년까지 잠실이 ‘집’이었습니다. 달라진 건 그 때는 마스크를 쓴 OB의 포수, 지금은 KIA의 감독이라는 점뿐입니다.
1991년 삼성으로 옮기고 쌍방울 코치, 삼성 코치, SK 감독을 거쳐 19년 만에 다시 잠실이 집이 됐습니다. 비록 두 경기 혹은 세 경기뿐이지만 소중한 추억이 되살아나는 듯했습니다. 2003년 한국시리즈 때 잠실을 홈으로 경기를 치른 적이 없었냐고 묻자 조 감독은 “그 때 정규시즌 1위를 못해서 잠실이 원정이었어요. 3루 덕아웃에 있었지”라며 웃었습니다.
취재진도 하나 둘씩 자리를 떠날 때 조 감독은 1루 덕아웃 앞에서 외야를 바라보며 힘차게 스윙을 했습니다.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또 한번 힘찬 스윙. 그의 손에 실제 배트는 없었지만 야구에 온 젊음을 바친 혼이 담긴 스윙에 금방이라도 공이 펜스를 훌쩍 넘기며 날아갈 것만 같았습니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