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과 웨스트햄의 대결이 열린 런던 업튼 파크. 킥오프 한 시간 전부터 원정 서포터스 석을 가득 채운 볼턴 팬들은 “청용~리”를 외치며 승리를 간절히 기원했다. 일부는 이청용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용총~리”로 불렀지만 그들의 외침 속에는 사랑과 관심이 가득 했다.
오후 2시57분(현지시간). 웅장한 음악과 함께 박수를 치며 필드로 입장하는 볼턴 선수단 7번째에 이청용의 모습이 보였다. 강등권 다툼을 벌이는 팀이 그렇듯 평소 거의 들어차지 않는다던 취재석도 2/3 가량이 채워졌다.
초반부터 분위기는 볼턴 쪽으로 기울어졌다. 다수의 사진 기자들은 웨스트햄의 홈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웨스트햄 골문 뒤로 모여들었다. 스타인손과 볼을 잠시 주고받은 뒤 악수를 나누고 경기에 나선 이청용은 1분 만에 첫 번째로 볼을 만졌다. 이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날개 이청용이 돌파할 때마다 원정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반대로 웨스트햄 서포터스의 거센 야유가 빗발쳤다.
전반 9분 이청용의 크로스로 볼턴의 선제골이 나왔을 때 볼턴 진영을 제외하면 3만8000여 팬이 모인 경기장에선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23분에는 볼턴 응원석에서 태극기가 잠시 흔들리다 금세 사라졌다. 한국 팬들이 이청용을 응원하기 위해 태극기를 꺼내들자 홈 팬들의 소요와 충돌을 걱정한 경기장의 안전 요원들이 적극적으로 제지에 나선 탓이다.
35파운드(약 6만원)를 들여 원정좌석을 확보한 강호종(28·회사원) 씨는 “(경호 요원들이) 태극기는 물론, 사진 촬영까지 방해했다”고 말했다.
물론 불안한 대목도 있었다. 후반 중반에 볼턴에서 한 명이 퇴장 당했다. 정규시간 종료 2분 여를 남기고 0-2로 뒤지던 웨스트햄이 한 골을 만회했다. 심판이 추가시간을 5분이나 주자 내내 뜨거운 분위기를 연출하던 볼턴 팬들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최종 스코어 2-1로 경기 종료. 최선을 다한 이청용은 동료들과 함께 원정 응원석 쪽으로 다가가 다시 한 번 박수를 치며 인사를 했다. 볼턴 팬들은 “당신 때문에 우리가 이겼다”는 듯 기뻐하며 화답했다.
런던(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