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드래곤’ 이청용. 스포츠동아DB
이청용(22·볼턴)이 거침없는 활약을 펼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7일(한국시간) 런던 업튼 파크에서 열린 웨스트햄과의 2009~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에 선발 출격한 이청용은 풀타임을 뛰며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전반 9분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로 케빈 데이비스의 헤딩 선제골을 도왔다. 시즌 7번째 도움이자 최근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
이번 도움으로 이청용은 리그에서만 4골-5도움을 올렸고, FA컵과 칼링컵 등을 포함해 5골-7도움을 기록하며 EPL의 한국인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사기가 오른 볼턴은 전반 16분 잭 월셔의 결승골로 종료 직전 디아만티가 만회골을 넣은 웨스트햄을 2-1로 제압, 중위권 도약을 꿈꾸게 됐다.
●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이청용
상대팀 웨스트햄은 이청용을 이미 키 플레이어로 꼽고 있었다.
이날 웨스트햄이 취재진과 팬들에 배포한 매치 데이(Match Day) 프로그램 ‘스카우팅 리포트’코너에는 이청용을 상세히 분석한 내용이 나온다. 이청용이 FC 서울에서 이적료 220만 파운드에 볼턴으로 이적한 얘기부터 오언 코일 감독의 신뢰 속에 팀 주축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소개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대표팀 붙박이 주전으로서의 활약상 등도 오롯이 담겨 있었다.
이청용은 웨스트햄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런던에서의 양 팀 역대 전적은 14승4무7패로 웨스트햄이 압도했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균형이 깨졌다. 이청용 효과다. 지난 해 9월 칼링컵에서 볼턴은 웨스트햄을 3-1로 꺾었다. 12월 리그 경기서도 3-1 승리를 거뒀다. 이청용은 12월 매치 업에서 후반 19분 선제골을 뽑았고 이날 어시스트로 확실한 ‘웨스트햄 킬러’가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나선 코일 감독은 “이청용과 잭 월셔 등 젊은 피들의 에너지가 큰 도움이 된다”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코일 감독이 웃는 까닭은 또 있었다. 최근 10경기 동안 이어진 원정 연속 무승(3무7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대가 강등권 탈출 경쟁을 벌여온 웨스트햄이라 의미가 더했다.
● 겸손한 청용, 여전히 찬스 메이킹에 주력
3월 3일 벌어진 코트디부아르와 A매치가 끝난 뒤 볼턴에 합류한 이청용은 코일 감독으로부터 “계속 많은 찬스를 만들라”는 주문을 받았다. 물론 그 임무는 100% 완수했다. 그렇지만 이청용은 겸손했다. “좋은 크로스가 아니라 데이비스의 헤딩이 워낙 완벽했다. 후반 중반부터 10명이 뛰었지만 우린 승리의 의지가 강했다”고 말했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전반 41분 상대 수비수의 실책을 틈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맞이했으나 볼이 빗맞는 바람에 득점에 실패했다. 이청용은 “내가 가장 우선시할 부분은 찬스를 엮는 일이다. 득점도 좋지만 운이 따라줘야 한다. 골보다는 도우미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런던(영국)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