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비리는 드라마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대표적 영화가 강우석 감독이 연출하고 안성기와 박중훈이 주연한 흥행작 ‘투캅스(사진)’이다.
1994년 오늘, 제작사 강우석 프로덕션이 ‘투캅스’에 ‘이 영화는 경찰의 실제 이야기와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는 내용의 자막을 넣어 상영을 했다. 1993년 12월18일 개봉한 뒤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제작사가 자막을 넣은 것은 이 영화가 “경찰 비리를 과장 왜곡했다”는 경찰청의 항의와 해명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투캅스’는 비리에 물든 고참 형사(안성기)와 정의감 넘치는 열혈 초보 형사(박중훈)의 좌충우돌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물. 안성기의 능글맞고도 코믹한 연기가 현실감을 더하면서 영화는 서울 관객 80만여명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다.
그러자 관객이 영화의 내용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우려 아닌 우려가 경찰 내부에서 제기됐다. 당시 경찰의 지원 속에 ‘투캅스’가 제작됐다는 점에서 경찰 입장에서는 억울한 만도 했다. 결국 경찰은 “경찰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다”며 자막을 요구했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 같은 자막이 ‘역효과를 내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자막을 영화의 일부로 보고 제작사가 웃음 유발을 위해 의도한 것으로 생각하거나 경찰의 시대착오적인 태도에 실소를 보내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일부 영화관에서는 이 같은 자막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고 당시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또 경찰이 자막을 요구할 즈음, 모 경찰서 형사 일부가 관내 업소들로부터 명절 떡값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감찰에 의해 적발된 경우를 전하면서 이를 ‘투캅스’의 자막 해프닝과 연관지어 보도하기도 했다.
‘투캅스’로 한국 코미디영화의 새로운 전기를 열었던 강우석 감독은 그로부터 18년 만에 휴먼드라마인 영화 ‘글러브’를 20일 개봉한다. ‘흥행 승부사’라는 별칭으로 관객에게도 낯익은 강우석 감독의 신작은 또 다시 ‘투캅스’의 영광을 이어갈 것인가.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