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베이스볼] 신인왕 배출팀 86% 가을잔치 티켓

입력 2011-06-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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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인 임찬규는 신인왕과 가을야구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까. 현 포스트시즌 체제이후 22년간 신인왕을 배출한 팀 중 86.4%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만큼 잘 던지거나 잘 치는 신인의 가세는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된다.스포츠동아 DB

신인왕과 PS 상관관계

염종석 유지현 박재홍 김수경 등 PS 이끌어
LG 신인왕 배출 해엔 100% 한국시리즈진출
새얼굴 잘하면 선수들 자극…시너지 효과 커
올 배영섭 임찬규 각축…삼성·LG도 상승세

프로야구에는 ‘신인이 미치면 팀은 이긴다’는 속설이 있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LG가 올시즌 선두권 싸움을 벌이는데 ‘고졸신인’ 임찬규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역대 프로야구사에서도 신인왕을 배출한 팀이 당해년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잘 뽑은 신인 한 명, 열 용병 부럽지 않다는 얘기다.


○1989년 이후 신인왕 배출, 포스트시즌 진출 86.4%

현 포스트시즌 체제(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가 도입된 1989년부터 22년간, 신인왕을 배출한 팀이 가을잔치에 초대된 건 총 19번이다. 전체에서 무려 86.4%에 달하는 수치다.

실제 1991년 쌍방울 조규제, 1995년 삼성 이동수, 2000년 SK 이승호(20번)를 제외한 모든 신인왕들은 프로 데뷔와 함께 꿈의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이중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선수는 12명이나 된다. 통계만 봐도 잘 던지는, 혹은 잘 치는 신인 한 명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LG 신인왕 배출한 해에만 한국시리즈 진출

LG는 신인왕을 배출한 해에만 한국시리즈(3차례)에 진출한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김동수가 데뷔한 90년, 유지현이 신인왕을 거머쥔 94년에는 우승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특히 LG가 MBC 청룡을 인수한 90년, 서울팀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할 때 안방에 앉아있던 게 바로 김동수다. 한양대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그는 심재원이라는 베테랑포수를 제치고 주전포수 자리를 꿰찼고 팀을 우승까지 이끌었다.

94년 LG는 우승전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으로 이어지는 걸출한 ‘신인 트리오’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유지현은 데뷔하자마자 주전유격수를 꿰차며 공수주에서 맹활약했고, 김재현도 신인 최초로 20(홈런)-20(도루)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존재감을 보였다. 서용빈 역시 4월 16일 롯데전에서 신인 최초 사이클링히트(프로통산 6호)를 기록하는 등 신예 3명의 두드러진 활약으로 프로야구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이병규가 배출된 97년에는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1승4패로 주저앉으며 우승트로피를 해태에 넘겼지만 96년 꼴찌나 다름없었던 7위에서 2위까지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당시 유일한 ‘전력수혈’로 평가받았던 이병규는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05·7홈런·69타점·23도루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신인과 포스트시즌과의 상관관계


이 밖에도 태평양 박정현(242.1이닝·19승10패)은 89년 ‘삼미 슈퍼스타즈∼청보 핀토스∼태평양 돌핀스’로 이어지는 인천팀을 첫 포스트시즌(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었고, 92년 윤학길 박동희와 함께 마운드의 한 축을 이뤘던 롯데 염종석도 한국시리즈 1승을 포함해 포스트시즌에서만 4승1세이브를 올리며 팀을 한국프로야구 정상에 올려놨다. 96년 박재홍(현 SK)은 현대 시절 인천 출신팀 최초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때 30-30클럽을 기록하는 ‘괴물타자’로 명성을 떨쳤고, 김수경(현 넥센)도 98년 현대가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쥘 때, 조용준은 2002년 ‘현대 왕조’의 시작을 알릴 때 당해 최고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96.6%의 지지를 받아 2005년 신인왕을 거머쥔 삼성 오승환(한국시리즈 MVP)과 데뷔와 함께 18승을 비롯해 선동열 이후 15년 만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신인왕과 MVP까지 모두 거머쥔 한화 류현진은 신인선수가 팀 전력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훌륭한 신인 1명은 용병 1명을 데려온 효과

쌍방울 조규제, 1999년 두산 홍성흔(현 롯데), 2006년 한화 류현진 등 여러 명의 신인왕을 배출한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칙위원장도 “그해 신인이 잘 해주면 확실히 팀에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류)현진이만 봐도 신인이 한 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일 아닌가”라며 “(홍)성흔이도 방망이 자질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성격이 활달해 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물론 “신인이 잘 해준다고 팀이 무조건 우승전력이 된다고 할 순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젊은 선수가 패기 있게 그라운드를 누비면 기존 선수들도 자극을 받는다. 그런 시너지 효과 때문에 팀이 더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84년 OB에서 신인왕을 거머쥔 윤석환 현 두산 투수코치 역시 “잘 던지는 신인투수는 용병 1명을 데리고 온 효과가 있다”며 “대개 감독들은 시즌에 돌입하기 전, 신인을 전력에서 제외하고 팀을 구성한다. 아마추어에서 아무리 뛰어난 신인도 프로에서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신인이 잘 해주면 기존 전력에서 예상치 못했던 플러스 전력을 얻게 된다. 투수는 10승 이상, 타자는 타율 3할 이상이어야 신인왕이 가능할 텐데 팀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배영섭-임찬규 신인 2파전 LG-삼성도 상승세

2011시즌 신인왕은 삼성 배영섭과 LG 임찬규로 좁혀지는 추세다. 아직 시즌이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두 선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배영섭은 22일까지 6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16·2홈런·20도루·20타점·36득점으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시즌 초반 삼성이 타격부진으로 헤맬 때 홀로 3할대의 맹타를 휘두르며 제 몫을 해줬다.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때려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임찬규는 30경기에 등판해 6승2패 5세이브, 방어율 2.97을 기록 중이다. 김광수가 빠진 마무리 자리에 배치돼 팀의 뒷문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 비록 17일 잠실 SK전에서 4타자 연속 볼넷(밀어내기 볼넷 3개)으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LG가 올시즌 선두권 싸움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현준과 더불어 임찬규의 역할이 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배영섭이 팀 1번 타자 고민을 덜어줬고 공수에서 열심히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고, LG 박종훈 감독은 “아직 (임)찬규는 신인왕이 아닌 후보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지만 “객관적인 승수(6승)만 봐도 팀에 큰 힘이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홍재현 기자(트위터 @hong927 )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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