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든 ‘코요테 어글리’에서 김수용은 남자 주인공 ‘앤디’ 역을 맡았다. 이 작품은 8월 15일까지만 하니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서두르시길(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합니다).
그나저나 영화도 뮤지컬도 ‘코요테 어글리’는 여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한국뮤지컬계 대표 남자배우 중 한 명인 김수용으로서는 선뜻 “하겠다”라고 나설 명분이 모자라 보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오세준 선배가 ‘네가 굉장히 필요하다’라고 하셨죠. 여배우들에 비해 남자배우들이 나이도 어리고 경력이 적어 중심을 잡을 사람이 필요하다고. 물론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오케이’한 부분도 있고요.”
-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솔직히 낚인 거 아닙니까.
“푸하핫! 낚인 거죠. 유하나(이 작품에서 여주인공 ‘에이프릴’을 맡고 있다) 양이랑 하는 작품은 이상하게 꼭 낚이게 되더라고요(두 사람은 ‘웨잇포유’에서도 연인으로 출연했다).”
김수용은 ‘코요테 어글리’에 앞서 뮤지컬 ‘환상의 커플’에서 역시 남자 주인공 ‘장철수’ 역을 맡았다. 그런데 빨래 밟는 신에서 그만 발목을 제대로 다쳐버렸다. 그 탓에 본인 표현으로 “‘코요테 어글리’ 연습을 절반 정도 통으로” 놀아야 했다.
“연습실에 목발을 짚고 나갔죠. 나중에는 거의 언더스터디(남의 배역을 커버하는 배우)가 연습하듯 남들 연습하는 거 옆에서 보면서 혼자 연습했어요. 설상가상 루나(걸그룹 Fx 멤버·에이프릴 역이다) 양의 경우 스케줄이 바빠 많이 못 나왔는데, 그러다보니 서로 시간을 막 쪼개서 만나야 했죠. 전화 통화를 하면서 대사를 맞춰야 했을 정도였어요.”
‘코요테 어글리’에 얽힌 재밌는 뒷얘기 하나 공개.
첫 공연을 며칠 앞두고 김수용은 음악감독과 통화를 하다가 어느 순간 두 사람이 동시에 얼어붙고 말았다. 극 후반에 나오는 ‘위 캔 겟 데어’라는 곡을 김수용이 연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음악감독도, 김수용도 그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다행히 솔로파트가 아니고 화음만 넣는 곡이었죠. 부랴부랴 음악감독님과 따로 만나서 연습했어요. 지금도 공연할 때마다 이 곡 순서만 되면 등에 땀이 쫙 나요.”
김수용은 “우스갯소리로 나를 대학로 최고의 땜빵배우라고 한다”라며 웃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중간부터 연습에 참여한 작품이 제법 된다. 심지어는 캐스팅이 다 끝나고 연습을 진행하던 중에 추가로 캐스팅된 일도 있다.
하긴 데뷔작 ‘풋루즈’의 경우 공연 2주를 앞두고 주연으로 발탁되기도 했을 정도니.
“그런 과정을 몇 번 겪다보니 연출가 선생님이나 스태프 분들이 저를 너무 믿으시는 거 같아요. ‘저 놈은 혼자서 알아서 할 거야’하는 거죠. 믿어주시는 건 감사한데 … 이게 정말 감사만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흐흐). 저도 사람이잖아요. 가끔은 위로의 말을 듣고 싶다고요.”
코요테걸은 모두 5명이다. 정확히는 4명이고, 여기에 ‘삼총사의 달타냥’같은 존재인 에이프릴을 더해 5명이 된다.
듬직한 리더형 ‘레이첼’에서부터 터프한 여전사형인 ‘사만다’에 이르기까지 5명은 제각각 독특한 개성과 향기를 지녔다.
그렇다면 과연 김수용의 ‘스타일’은 누구일까.
“솔직히 다섯 명 다 아니거든요? 하하하! 제 스타일은 저도 모르겠어요. 굳이 따지자면 ‘에이프릴’이죠. 여자가 좀 착했으면 좋겠어요. 순수하고.”
김수용은 누구나 알고 있듯, 이른바 국민 아역배우 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있다보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예쁘다는 여자는 별로더라고요. 고3 때 ‘공룡선생’이란 드라마를 했어요. 그때 여자 출연자가 김희선, 이재니, 이유정, 안연홍, 박지윤, 김소연 등등. 그 중에서도 김희선의 인기가 최고였죠. 제 주변에서도 ‘너 좋겠다’라고 난리였어요. 그런데 전 희선이가 여자로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성격이 정말 활달하고 남자들하고 잘 어울리거든요.”
이쯤에서 김수용은 언론 인터뷰 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연예 스타일을 털어놓았다. ‘김수용 타이프’의 여성들께서는 각별히 귀 기울여 주시길.
“전요. 연예 스타일이 같이 지내다 많이 알아서 편해져야 하는 쪽이에요. 좋아하면 ‘너 좋으니까 만나자’라고 대놓고 얘기하죠. ‘걱정은 나중에 하고 일단 만나보자’ 이거죠. 제가 은근히 수많은 짝사랑을 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많아요. 그래서 이젠 일단 ‘덤벼보자’로 바뀌었죠. 연예를 제대로 했을 때에는(보시라! 김수용에게는 이런 때가 있었던 것이다) 속칭 ‘덤볐을 때’가 잘 됐던 것 같아요.”
이제 이 인터뷰의 진짜 ‘송곳니’를 드러낼 때가 됐다.
이 인터뷰의 감추어진 타이틀은 ‘김수용의 6대 의혹을 밝힌다’이다.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 김수용만큼 떠도는 의혹에 둘러싸인 배우도 없을 것 같다.
그걸 6개로 추려 모아 밝혀보자는 것이다.
인터뷰가 성사되고 나서야 기자는 김수용에게 이번 인터뷰의 진짜 콘셉트를 알려주었다. “하하핫! 그런 게 있나요”하면서도 은근히 몸에 힘이 들어가는 김수용을 보며 기자도 은근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뮤지컬 배우 김수용을 둘러싼 6대 의혹을 밝혀라.
지면 관계상 진짜 인터뷰는 2부로 미룬다.
<2부로 이어집니다>
스포츠동아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