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이 돌아왔다. 드라마 촬영을 거부하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던 한예슬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몰려든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인천공항|박화용 기자 (트위터 @seven7sola) inphoto@donga.com
‘스파이 명월’ 방송 펑크 낸 한예슬 이틀만의 귀국…첫 마디는?
“다른 연기자들과 많은 분들께 피해를 준 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사과 없이 열악한 제작 환경 탓으로 돌려
오늘부터 드라마 복귀 합의…앙금 그대로
방송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예슬이 돌발 출국 이후 이틀만에 귀국해 촬영에 복귀했다.
14일 촬영을 거부하고 이어 다음 날 미국행을 선택했던 한예슬이 돌아왔다.
한예슬은 17일 오후 5시20분께 출국할 때와 같은 복장으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 다 내려놓겠다”고 말하며 한국을 떠난 지 이틀 만이다.
그는 사과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입국장에서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15일 LA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밝힌 심경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한예슬은 “나 같은 희생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굳게 믿었다. 다른 연기자들과 많은 분들께 피해를 준 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 속에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 많은 비난을 받을 거라는 예상을 했지만 정말 다시 한번 여기 개입된 모든 분(드라마 관계자)들이 자신을 돌아봐주시기를 바란다”며 사태의 원인이 자신이 아닌 ‘스파이 명월’의 제작환경 때문임을 시사했다.
그리고 한예슬은 공항에 마중 나온 소속사 싸이더스HQ의 매니저 10여명과 함께 공항을 빠져나갔다.
한예슬은 곧바로 서울 여의도 KBS로 이동해 KBS 드라마국 간부, 제작사인 이김 프로덕션 관계자와 드라마 복귀에 대한 논의를 한 끝에 오후 8시께 18일부터 드라마 현장에 복귀하기로 합의했다.
○평행선 걷던 양측, 현장 복귀로 마무리될까
이로써 14일 촬영 거부 이후 4일 만에 파문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양측의 발언을 보면 앞으로 드라마가 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우선 한예슬의 귀국 발언은 전날인 16일 저녁 KBS 드라마국 고영탁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KBS는 그의 귀국 소식이 알려졌을 때 복귀 조건으로“시청자들에 대한 공개 사과, 동료 연기자들 및 스태프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 약속하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촬영 거부의 이유로 거론한 제작 환경에 대해서도 “CF 촬영이 있으면 시간을 빼줬고, 몸 개그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해 대본도 수정했다. 특정 배우와 연기하기 싫다는 얘기도 다 들어줬다”며 정면 반박했다.
그러나 한예슬의 공항 발언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사과는 빠져 있다. 오히려 KBS는 드라마 여주인공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를, 한예슬은 여배우로서 도저히 견딜 수 없던 제작 환경을 문제삼는 등 양측의 주장은 팽팽한 평행선을 걸었다.
그런데 촬영 거부로 인해 여주인공 교체까지 거론한 KBS와 수백억원대 거액 소송을 검토했다던 제작사는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고 밝힌 한예슬을 받아들였다.
유래없는 결방 사태를 겪으며 날선 공방전을 목격한 시청자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말이 됐다.
인천공항|김민정 기자 (트위터 @ricky337)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