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저작권 분쟁, 저희가 중재하겠습니다

입력 2011-11-28 17: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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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소프트웨어사용자저작권보호협회 한연수 사무총장

서울시 구로구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P씨는 얼마 전 소프트웨어 정품 단속에 적발돼 수천 만원 가량의 벌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PC용 운영체계는 직원 PC 수만큼 구비했지만,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그 외 필수 유틸리티 등은 정식 라이선스를 구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직원들 개인이 각각 사용한 공개용 유틸리티는 기업용 정식 라이선스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어찌 됐든 회사 재정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만큼 큰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조언을 구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게 됐다. 저작권법을 위반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후 무엇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모든 창작물에 대한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저작권법’은 음악?영상 분야를 비롯해 PC용 소프트웨어?인터넷 분야에서 저작권자와 일반 사용자?소비자 간의 크고 작은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이를 중재하기 위해 국내에는 저작권 관련 여러 기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저작권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즉 위의 P씨와 같은 최종 사용자(end user) 측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이들은 찾기가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사단법인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사용자보호협회(www.kosupa.or.kr, 이하 협회)’에 중재 및 합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협회는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과도하거나 부당하게 청구되는 추징금을 합의,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즉 협회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개발사가 아닌 사용자의 목소리를 대신한다.


현재 저작권사용자협회 사무총장으로 재임 중인 한연수 총장을 만나 협회의 의의와 주된 역할,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저작권의 현주소 등에 대해 들어 봤다.

IT동아) 명칭도 긴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사용자보호협회’가 어떤 기관이며, 어떤 역할을 하고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와는 어떻게 다른가?

한 총장) 협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 협회는 ‘사용자’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저작권 협회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주로 해당 협회에 가입한 저작권 소유자, 즉 소프트웨어 개발자(개발사)가 불법 복제로 인해 피해를 얻지 않도록 저작권을 보호하는 반면, 우리 협회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개발사)와 유통사(또는 위임 변호사 등)로부터 받는 과도한 법적 문제를 사용자 입장에서 대변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그 동안 우리 협회처럼 소프트웨어 사용자 측에 서서 그들의 입장과 상황을 변호하여 그에 따른 절충안을 제시하는 기관이나 협회가 없었으며, 지난 2010년 5월, 서울시청의 허가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우리 협회의 보호 대상은 주로 소규모 영세기업체 또는 중소기업 등으로, 그들이 안전하고 적법하게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홍보하고 있으며, 저작권자와 사용자 간의 중재자로서 원만한 합의와 조정을 통해 각 이해당사자들의 부가가치 창출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IT동아)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례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리라 사료된다.

한 총장) 주된 활동은 앞서 말한 대로, 소프트웨어 저작권 분쟁을 중재, 조정하는 일이다.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위반한 사용자와 저작권자 간의 원만한 합의를 유도하고, 합의금을 적정한 수준으로 조정하는 역할이다. 저작권 위반에 따른 정품 구매 및 합의금 지출은 위반자의 당연한 의무지만, 이를 빌미로 저작권자의 요구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더러 있다. 더욱이 저작권법에 대한 기본 지식이 부족한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고스란히 응할 수 밖에 없다. 우리 협회는 이렇게 난감한 상황에서 사용자의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정품 소프트웨어 도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도록 돕는다.

일례로, 서울에 본점을 두고 있는 유명 여행사 A사의 경우 저작권사 측의 변호사를 통해 불법 소프트웨어 침해 합의금 약 2억원을 통보 받았으나, 우리 협회의 위촉 변호사와의 원만한 합의와 조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구매 금액의 약 20%를 감액 받았으며, 이 역시 일시 구매가 아닌 일정기간 동안 점진적으로 분할 구매하도록 협의하여 A사의 재정적 부담을 줄인 바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 저작권 관련 무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2010년 5월 설립 후 현재까지 약 1,000여 건의 저작권 무료 상담을 진행했으며, 각 포털 사이트 내 카페 또는 블로그 등을 통해 저작권 관련 법률 문의에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 협회는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 자산 관리 프로그램인 ‘KOSAM’을 협회 회원사에게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내 모든 PC에 설치되는 소프트웨어를 탐색하여 구매 수요 및 잉여 소프트웨어 사용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끝으로 우리 협회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촉진을 위한 주기적인 홍보 및 교육, 캠페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각 개발사 또는 유통사에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 중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을 선정해, 협회 회원사에게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협회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등을 통해 저작권 동향 정보나 저작권 교육 자료 등도 배포하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 협회는 저작권법에 대한 사용자들의 건의사항이나 문제점, 개선점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저작권사 또는 관계 기관에 전달함으로써 관련 제도의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IT동아) 소프트웨어 저작권법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범위까지 해당되는가? 소프트웨어 사용은 물론 개발 단계에도 적용되는 것인가?

한 총장)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이란 법률 상으로, 특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컴퓨터 등 정보처리능력을 지닌 장치 내에서 직접 또는 간접으로 사용되는 일련의 지시?명령으로 표현된 창작물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는 모든 프로그램들(운영체계,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 그래픽 편집, 소프트웨어 개발?설계, 게임 등)이 이에 적용된다.

여기서 소프트웨어는 상용 소프트웨어, 쉐어웨어(shareware), 프리웨어(freeware)로 나뉜다. 상용 소프트웨어는 개발자나 저작권자가 비용을 받고 상용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쉐어웨어는 일정 기간이나 일부 기능?회수를 제한하는 공개용 프로그램을 말한다. 한편 프리웨어는 개인 사용자에게는 무료로 배포되나 일부 프리웨어 중에는 기업에서는 별도의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사용 가능한 제품도 있다. 따라서 기업의 경우 프리웨어(또는 일부 쉐어웨어)라도 각 개발사의 저작권 규정을 면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 저작권이 발생하는 시점은 컴퓨터에 최초 설치한 때부터다. 이후 정식 라이선스라 취득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가 삭제?제거한다 해도 최초 설치한 시점을 기준으로 책정하기에 이 역시 저작권 위법에 해당되니 주의해야 한다.

IT동아) 정품 소프트웨어 적발 시 기업이 부담하는 벌칙금은 어떻게 산출하는지 궁금하다. 해당 소프트웨어의 정품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지, 아니면 별도의 과금 기준이 있는지 알려 달라.

한 총장) 정품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사용하다 적발돼도 저작권사와 원만하게 합의하면 고소는 취하된다. 기본적으로, 적발된 소프트웨어는 전량 구매해야 하며, 저작권사가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약 70~80% 선에서 합의금을 제시하는 것이 통례다. 이 과정에서 우리 협회가 사용자를 대변하며 합의금을 조정하게 된다.

만약 양 사간의 합의가 실패하면 형사 상의 벌금 문제와 민사 상의 손해배상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복잡해 진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 우리 협회의 자문을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IT동아) 머지 않아 전세계 전산 환경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전환될 국면에 있다. 그에 따라 지금과 같은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기회가 줄어드는데, 협회는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대한 어떠한 전략과 준비를 하고 있는가?

한 총장) 우리 협회 역시 다가올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대비해 다각도에 걸쳐 혁신을 꾀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은 고객의 초기 IT 투자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시스템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다만 도입 초기에는 시스템/서비스 등 간의 호환성 또는 보안성에 취약점이 발생할 수 있는데, 우리 협회는 이를 위해 KOSAM을 통해 기업 구성원의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사용량을 계산할 수 있는 시스템 등을 현재 추가 개발하고 있다.



IT동아)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들은 사실상 저작권법에 무관심 또는 무지하다. 따라서 협회의 주도적인 홍보 활동이 필요하리라 판단되는데, 최근 추진하고 있는 홍보 및 캠페인 사업은 무엇인가?

한 총장)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관련된 정품 사용 홍보는 원래 주무관청인 문화체육관광부를 필두로,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등이 담당한다. 우리 협회는 최대한 사용자 측면에서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지속적인 마인드 전환 및 홍보, 교육, 캠페인 활동이 필요하다.

협회는 일단 정기적인 교육과 세미나를 통해, 소프트웨어 자산관리의 중요성, 정품 소프트웨어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 개선, 저작권사마다 다른 라이선스 정책, 선진국의 저작권문화 등의 정보를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아울러 KOSAM의 1년 무료 사용권도 제공한다.


교육 및 세미나는 지난 6월, 10월에 걸쳐 경지지방중소기업청을 시작으로,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 상공회의소, 각 지방 테크노파크, 산업공단 등과 연계하여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IT동아) 기업의 저작권 분쟁과 관련하여 협회의 도움을 받고자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총장) 우리 협회는 소프트웨어 저작권과 관련된 모든 창구를 열어 뒀다. 협회를 직접 방문하거나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전화 등을 통한 상담도 언제든지 가능하다(www.kosupa.or.kr/02-797-0028). 또한 특별 회원사로 가입하면 협회의 KOSAM 솔루션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정품 소프트웨어 단속 시 회원사를 대리하여 협회의 위촉 변호사를 통해 사건을 처리하게 된다. 업무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IT동아) 얼마 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근절하는데 정품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효과적이라 언급한 걸 본 적 있다. 정품 가격이 낮아진다 해도 정품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현저한 효과는 없으리라 사료된다. 정품 가격을 낮추기엔 개발사의 노력과 고충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인 것인데, 그에 대한 견해를 말해 달라.

한 총장) 물론 정품 가격을 낮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리라 예상하지 않는다. 최근 협회 회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격 부담이 줄면 정품 구매를 적극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기업이 적지 않았다. 단순히 이것만 봐도 가격이 보다 저렴해 지면 정품 사용율이 지금보다 다소 높아지리라 예측할 수 있다.

지적한 대로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대부분 이를 문화적 가치로 인정하고 정품 사용 습관을 체계적으로 갖춰 놨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저작권사(또는 이익 대변 단체)와 사용자 사이에서 우리 협회와 같은 조직의 활동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

IT동아) 협회가 지향하는 가장 이상적인 저작권 정책과 문화는 어떠한 모습인가?

한 총장) 저작권은 당연히 지금보다 강화되어야 하며, 이와 더불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에 대한 홍보 활동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써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고, 법적인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사용 기업체에 대해 ‘단속과 고소’의 방식이 아닌 ‘홍보와 컨설팅’의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동반 성장’이라는 틀에서 함께 공존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정품 소프트웨어 보급율이 높은 이유는 지극히 개인주의+합리주의+실용주의 문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불법으로 유통되지 못하도록 유출/배포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위법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강경한 법적 대응이 불가피한 바 저작권자와 사용자를 중재하는 우리 협회의 필요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IT동아) 끝으로 우리가 알아둬야 할 저작권법 관련 정보나 내용이 있다면?

한 총장) 현재 일반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정품 라이선스는 저작권사마다 약간씩 달라 사용자에게는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그렇다 해도 기업 내 인원의 증감, 소프트웨어 버전 등을 탄력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각 저작권사의 라이선스 정책을 숙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관리를 위해 KOSAM과 같은 자원관리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직원 개개인의 PC 및 소프트웨어 설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불필요한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을 미연에 차단하고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를 앞두고 IT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 지고 있다. 과거의 시장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형태는 점점 세분화될 것이며, 이러한 시대적 트렌드와 정보에 관심을 갖는다면 기업 경영에 있어 분명 도움이 되리라 사료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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