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태원 딸’ 크리스 “음악 통해 세상 힐링…아빠도 내 음악엔 간섭 못해”

입력 2013-02-06 09: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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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그룹 부활 김태원의 딸 서현이 크리스 리오네(Kris Leone)라는 예명으로 가수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베토벤을 질투하는 당찬 소녀를 만났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녀가 떠난 빈자리의 여운이 유독 깊다. 세상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밝게 웃는 만화 속 캐릭터를 마주한 느낌이랄까.

크리스(16)는 지난 31일 싱글 앨범 ‘인투 더 스카이즈’(Into The Skies)를 발매하고 가수로서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그는 크리스라는 이름보다 록밴드 부활의 리더 김태원(48)의 딸 서현으로 더 알려져 있다.

서현 양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 우현(13) 군의 치료를 위해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필리핀으로 이주했다. 이때부터 김태원은 한국에 남아 ‘기러기 아빠’이자 가수로 활동했고, 서현 양은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제대로 얼굴을 알린 것은 몇 해 전 김태원과 함께 광고를 촬영하면서다. 이후 김태원은 방송 등을 통해 “딸 서현이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이며 스스로 곡을 쓸 줄 안다”라고 밝히곤 했다.

그녀는 본명이 아닌 크리스 리오네(Kris Leone)라는 예명으로 활동한다. 이는 ‘예술의 무기’를 뜻하는 말레이 민족의 고유한 단검 크리스와 사자의 용기를 뜻하는 리오네를 합친 말이다. ‘사자의 용기와 예술을 무기 삼아 세상에 희망을 주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가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대변하고 있는 것.

‘인투 더 스카이즈’에는 직접 작사·작곡한 총 6트랙으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는 모던록 발라드곡인 ‘인투 더 스카이즈’와 컨트리풍의 ‘굿바이’(Goodbye)의 한국어버전과 영어버전, 연주곡 버전이 담겨 있다.

‘인투 더 스카이즈’는 서현 양이 15살 되던 해에 만든 곡이다. 우울증 등으로 주변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라고 위로하는 희망찬 곡이다.

‘굿바이’는 6학년 때 필리핀에서 남아공으로 홀로 떠날 당시의 심경을 담은 곡. 그녀는 이 곡을 만들며 “‘훗날 이 아픔을 돌이켜 보면 아름다운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힘들고 어려웠던 상황들을 이해할 수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 두 곡에는 “노래를 통해 희망을 알리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그녀의 꿈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는 아버지 김태원과도 일맥상통한다. 두 부녀는 그렇게 말투와 눈빛 이외에도 음악적으로도 많이 닮았다.

신인 가수 크리스 리오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작사 작곡은 열한 살 때부터 악기 없이 시작했어요. 음악은 저를 나타내는 표현의 수단이었죠. 기타를 치게 된 건 열두 살 때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를 들으면서부터예요. 혼자 독학했죠.”

그룹 부활의 멤버들과 박완규는 그녀를 ‘천재’라고 표현했다. ‘천재가 맞느냐’고 직접 묻자 “베토벤은 천재지만, 난 그렇지 않다. 아빠를 닮아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표현을 잘할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서현 양은 이번 앨범 이외에 10곡을 더 만들어 놓았다. 현재 5곡을 더 작업 중에 있다. 중에는 랩 곡도 포함되어 있다. 표현의 폭을 넓히기 위해 장르의 제한을 두지 않는 듯 보였다.

그녀는 아버지를 존경하지만, 음악에 대한 관여는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음악적으로는 아버지에게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며 “나의 모든 것인 음악을 내 것 그대로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태원은 이번 앨범에 이름만 올려놓았을 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16살이라는 나이가 믿기는 않을 만큼 서현 양의 음악적 깊이는 대단하다. 그녀는 하드코어 록부터 힙합, 컨트리 음악까지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듣는다고 했다. 좋아하는 가수들을 묻자 존 레넌, 밥 말리, 스팅부터 외국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밴드까지 술술 읊었다. 국내 가수 중에는 윤하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윤하의 노래를 처음 듣고 눈물을 흘렸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아버지가 속해 있는 부활의 음악은 어떨까. 그녀는 “‘부활’, ‘안녕’,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초반에 발매한 곡들은 들으며 많이 놀랐다. 아빠의 표현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최근 곡은….”이라며 말을 줄인 뒤 웃어넘겼다.

“아버지가 힘든 시간을 겪고도 가족을 지키고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셔서 늘 존경스러워요. ‘국민할매’ 등 방송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을 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인 것 같아요.”

그녀의 롤모델이 마이클 잭슨인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서현 양은 “마이클 잭슨은 죽기 전까지 세계의 평화와 사람들을 위해 노래했다”며 “내가 힐링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가 그를 위한 추모곡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그가 사랑한 뮤지션들이 그러했듯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길 원한다. 음악을 통해 친구나 멘토가 되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꿈을 꾸고 있다.

“제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언제나 희망이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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