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쪽부터)배우 장현덕-윤나무-정순원.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대학로의 떠오르는 훈남 배우들이 ‘모범생들’로 다시 태어났다.
서글서글한 인상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최근 ‘대학로 아이돌’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장현덕(32), 윤나무(28), 정순원(26)을 만났다.
“관객들이 간식을 끊임없이 줘요. 어제는 연출선생님이 주신 간식도 못 먹었어요. 이미 너무 먹어서 못 먹겠더라고요. 조공이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도시락을 이렇게 많이 먹은 적은 처음이에요.(웃음)”(정순원)
연극 ‘모범생들’(극작 지이선, 연출 김태형)은 지난 2007년 초연 후 2012년 시즌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2013년 새로운 배우들과 다듬어진 연출로 더욱 젊고 세련된 작품으로 재탄생 했다.
‘모범생들’은 성적 상위 3%의 모범생들이 겪는 열등감과 강박관념을 유머러스하고도 탄탄하게 그려내 극단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역할에 꼭 맞는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새로운 히어로 명준 역의 장현덕, 윤나무와 수환 역의 정순원은 연극 속 모범생들과 이 시대 모범생들에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을까.
●연극 속 모범생들, 시대의 욕망을 대변하다
“극 중 김명준은 감추지 않고 욕망을 철저히 취하는 인물이에요. 사회를 닮은 학교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악이 고스란히 보여지죠.”(장현덕)
장현덕은 그가 맡은 주인공 명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달되는 의미와 달리 명준은 착실한 모범생이다. 성적은 상위 3%, 성격도 모나지 않아 부모님과 친구들에게도 좋은 아들이자 친구다.
하지만 성적 상승이라는 내재된 욕망이 커닝을 유도하고, 사건이 확장되며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명준의 욕망이 간절한 만큼 그의 행동은 비열하고 처절해져요. 관객들 중 명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의 감정에 공감하는 분들은 많아요. 연극을 보고 어쩔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며 씁쓸해하죠.”(윤나무)
명준과 절친한 친구인 박수환, 상위 0.3%의 우월한 반장 서민영, 욕망보다 우정이 중요한 의리파 안종태. 이들이 모인 명문외고는 이 사회의 축소판이다.
“극 중 명문외고는 이 시대의 모습과 같아요. 친구와 경쟁하고, 배신하고, 때리기도 하고…. 연극을 통해 무엇이 옳다 그르다고 말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그저 보고 각자 느낀 후에 침묵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순원)
●극과 다르지 않은 이 시대의 모범생들을 마주하다
“사실 연습 초반에 대본을 받아서 봤는데, 인물들이 너무 치열하더라고요. 과장이 아닌가 생각했어요.”(장현덕)
보통의 모범생들과 다른 길을 걸어온 장현덕, 윤나무, 정순원은 연극 초반, 몰입이 힙들었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목숨 걸고 공부했던 스타일이 아니라서요.(웃음) 연출님이 ‘네가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을 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간절하지 않나’고 설명해줘 그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라고요.”(윤나무)
(위쪽부터)배우 윤나무-장현덕-정순원. 사진ㅣ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던 모범생 친구들, 또 연극을 본 이들의 경험담도 연기 몰입에 도움이 됐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 잘하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까, ‘너는 연기하고 수능 안 봐서 모른다. 경쟁 때문에 친구들 사이가 하루하루가 다르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또, 다른 친구는 수환처럼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와 사는 친구가 있는데 귤에 대한 독백할 때 정말 소름 돋았대요. 너무 비슷하다고, 오히려 약과라고요. 자기는 살아남아야한다는 부담감을 더 크게 느꼈대요.”(정순원)
이를 듣고 있던 윤나무는 상위3%는 아니지만, 입시 부담감은 비슷하게 느껴봤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시에 대한 공포는 알 것 같아요. 재수를 하며 무소속의 상태로 있으면서 집안의 눈치를 보고, 밥 먹는 것도 미안했던 때가 있었죠. 결국 학원도 못 다니고 혼자 책으로 연기를 배워 대학교에 갔어요. 연극 주인공들은 그렇게 될 걸 미리 알았던 거죠. 그래서 경쟁했던 거고요.”(윤나무)
●괴짜 모범생들, 이 시대의 모범생들에게
배우 장현덕, 윤나무, 정순원은 상위 3%의 성적을 받고, 사회적 성공을 추구하는 이 시대가 말하는 모범생들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가지 않는 길, 하지만 꿈이 있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온 ‘괴짜 모범생’들이다.
“평범한 게 싫었어요. 집과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비모범생이었죠. 언제부턴가 영화, 연극 쪽에 관심이 생겨서 시나리오도 써봤어요. 영화 ‘비트’에서 시작해 ‘연풍연가’로 끝나는 이야기에요. 마음에 드는 스토리를 다 넣으려다보니….(웃음)”(장현덕)
“어릴 적부터 남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해 개그맨이 되고 싶었어요. 고등학생 때도 학과과정은 뒤로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실기 위주로 연기 연습만 했어요.”(정순원)
상위 3%를 향한 노력은 아니지만, 꿈을 향한 이들의 길도 평탄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이들의 땀과 노력은 비열해지지 않았다. 그 자체로 이들에게 행복이 되기 때문이다.
“배우로서의 고민들이 참 많아요. 잘 가고 있나 어떤 길을 가야하나.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도 않고요. 하지만 젊은 에너지로 원하는 것 열심히 하는 것이 행복 아니겠어요? 행복은 수치가 아니거든요. 가까이에 있어요.”(윤나무)
“이번 작품은 액션신, 감정신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어요. 입술이 파래질 정도죠. 연극 끝나고 내려올 때 마치 축구 경기한 기분이에요. 한 팀과 같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땀에 흠뻑 젖고…. 그런데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해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해지고요.” (정순원)
“무대 위에서 상대 배우와 내가, 관객들과 내가 하나 되는 순간. 한 공간 안에서 한 감정을 공유하고 느끼는 그 기분이 연기를 하며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이에요.”(장현덕)
이 괴짜 모범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시대의 모범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학창시절 정해진 삼각형이라는 틀에서 다들 위로 올라가려고 아등바등해요. 그 틀 밖에는 각양각색의 도형들이 있는 것을 모르고요. 경쟁하는 친구들은 죄가 없어요. 밖의 세상을 아직 모르니까요. 좀더 많은 경험들과 자유로운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순원)
“상위 0.3%를 위해 나아가는 모범생들, 안타깝지만 깨지면서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하고 아픔도 겪으면서 다같이 성장하는 것이니까요.”(장현덕)
“지금 마시는 아이스카페라떼 한잔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종태처럼 살고 싶고, 다들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행복을 바라면서 함께 행복해지는 거요.”(윤나무)
한편 연극 ‘모범생’들은 오는 9월 1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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