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울예술단 춤의 미학, ‘소서노’에서 꽃 피우다

입력 2014-03-25 1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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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이 서울예술단다웠다. 24일 개막한 가무극 ‘소서노’는 서울예술단의 실력 있는 무용단원들이 펼치는 ‘예술군무’는 신선하고 새로운 충족감을 선사했다.

주몽과 함께 고구려를, 아들 온조와 백제를 건국한 이야기를 담은 ‘소서노’는 아름답고 반짝이는 사슴의 춤으로 시작한다. 사슴은 주몽과 소서노의 만남을 위한 매개체이자 극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잘 살려준다. 이 사슴은 온조가 백제를 세우는 장면에도 등장해 마지막까지 신비로움을 잃지 않는다.

극의 가장 큰 특징은 노래와 춤 그리고 극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총체적예술이라는 점이다. 전통적인 선율이 짙게 배어 있는 음악과 한국적 춤사위가 살아있는 군무는 일반 뮤지컬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소서노의 강인함과 결행의 의지를 한국 무용에 힘 있는 현대 무용동작을 결합했고 검투, 군사훈련, 추격, 전쟁 장면은 조직화된 역동적인 춤을 보여줌으로 군무의 절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예술군무는 작품에 잘 녹아들어 작품의 흐름과 이해도를 높이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완성도 높은 예술 군무에 비해 이야기 전개는 턱없이 아쉽다. 고대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의 온조왕 편에, 근대기록에는 신채호의 ‘조선상고사’에서 찾아볼 수 있을 뿐 ‘소서노’에 대한 역사적 자료는 미비한 상태이다. 가무극 ‘소서노’를 연출한 정혜정 감독도 “고구려를 생각하면 누구나 주몽을 생각한다. 그만큼 소서노에 대한 자료가 없다”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소서노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비한 자료가 흠이 된 것 같다. 새 나라를 세우겠다는 꿈을 품은 주몽과 함께 온갖 훼방에도 졸본의 왕위를 이어받기로 결정한 소서노의 패기를 보여준 1막과는 달리 2막은 다소 실망스럽다. 정혜진 연출이 보여주고자 했던 소서노의 부드러움과 관용의 리더십보다 주몽과의 대립과 소서노 암살 장면이 더 치중된 것 같아 아쉽다. 정혜진 연출이 말했던 “이 시대가 바라는 리더십”이 조금 더 부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2005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마지막으로 서울예술단을 떠난 배우 조정은이 소서노 역으로 9년 만에 친정을 방문했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레미제라블’에서 기구한 인생을 살았던 여성을 주로 맡았던 조정은이 대인배 소서노를 맡으며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주몽 역에는 뮤지컬 대세남 박영수가 열연하며 김혜원, 김도빈, 이시후, 박석용 외 서울예술단 단원들과 아역배우들이 출연한다.

가무극 ‘소서노’는 3월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되며 4월 5일부터 12일까지 천안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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