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흥에만 치우친 음악산업의 비애

입력 2014-05-01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위로의 음악을 믿지 않는 대중, 왜?

세월호 참사로 공연·음반발표 잇단 취소
‘힐링’ 취지 내건 인디밴드 공연도 무산
아이돌·프로덕션 위주 대중음악의 과오
희로애락 고루 담는 음악의 본질 살려야


세 월호 침몰 사고의 엄청난 비극 속에서 가수들이 공연과 음반 발표 등을 잇따라 취소 혹은 연기했다. 이런 ‘동맹휴업’ 분위기에서 진행된 가수 이선희의 데뷔 30주년 공연은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치유와 위로’의 의미로 무대로 나서려던 인디가수들의 공연 ‘뷰티풀 민트 라이프’(뷰민라)는 경기도 고양시 측의 일방적 통보로 하루 전날 취소돼 논란을 빚었다. 그 사이 몇몇 가수들은 추모곡을 헌정하며 국민적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려 했다.

이 같은 상황은 대중음악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특히 ‘뷰민라’의 일방적 취소와 관련해 대중음악의 예술적·사회적 가치, 여흥의 수단으로서 가치가 충돌을 빚은 사건으로 남았다.


● 음악에 담긴 보편적 정서 ‘희로애락’

음악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의 표현이고, 노래에 담긴 정서에 대중은 공감한다. 아버지 세대는 ‘단장의 미아리 고개’ ‘한 많은 대동강’으로 전쟁과 이산, 실향, 혈육을 잃은 아픔을 승화시켰다. 민주화를 외치던 시대의 ‘아침이슬’은 언제나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든다. 한때 금지곡이었던 양희은의 ‘상록수’는 IMF직후 나온 공익광고에서 박세리가 미국 프로골프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과 어우러지면서 가슴 뭉클함을 선사했다. 1983년 대한민국 국민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만들며 ‘다시는 이 땅에 가족이 헤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 KBS ‘이산가족찾기’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잃어버린 30년’이란 배경음악으로 더 진한 감동을 빚었다.

슬픔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듣게 된 음악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고 생각되는 건, 음악이 보편적 정서를 담기 때문이다. 위로와 치유, 요즘 언어로 ‘힐링’의 힘이다.

다른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와중에 뷰민라를 기획한 이종현 프로듀서는 “음악과 공연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희적인 기능이 크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아픈 마음을 정화하며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위로의 음악’을 하고 있는지 반성의 계기 삼아야”

음악은 한편으로 흥겨운 가락으로 흥을 돋운다. 그래서 행사나 축제에서 음악은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뷰민라’가 주장한 ‘힐링’의 공연장에서는 이런 ‘흥겨운 가락’을 내뿜지 않는다. ‘희·락’을 위한 음악이 필요한 곳, ‘노·애’의 음악이 필요한 곳, 상식이 있는 기획자나 가수라면 이를 명확히 구분할 줄 안다.

뷰민라 ‘사태’를 계기로 음악인이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돌과 프로덕션 위주의 음악산업이 사람들로 하여금 대중음악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를 가중시킨 게 아니냐는 반성이다.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 이두헌 교수는 “현재 우리 음악인들이 과연 위로의 음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을 하게 한다. 김광석이 살아 있어서 ‘일어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부르고, 김현식이 ‘비처럼 음악처럼’을 불렀다면 대중음악이 지금과 같은 취급을 받을까를 생각하게 된다”면서 “아티스트는 음악에 자기의 이상을 담으려는 사람들이다. 인생을 음악과 맞바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을 풍각쟁이로만 보려는 시선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