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이범호 “은퇴전 목표 2000경기 300홈런 1000타점”

입력 2015-07-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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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범호(오른쪽)는 “2000경기 300홈런 1000타점은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4월 10일 대구 삼성전 출장으로 역대 33번째 1500경기 출장을 달성한 이범호가 4월 23일 광주 롯데전에 앞서 기념상을 받은 뒤 후배 양현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IA 캡틴 이범호

7월 월간 타율 0.388·8홈런 비결 ‘긍정의 힘’
장타력·찬스 집중력으로 4∼5년 더 현역생활
“시즌 후 FA? KIA에서 즐거운 야구하고 싶다”

KIA 주장 이범호(34)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어느 수준까지 할 수 있는지를 잘 안다는 데 있다. 자신의 역량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 그것이 올 시즌의 이범호다. 캡틴으로 솔선수범하며 약체로 평가 받던 KIA의 기대이상 선전을 이끌고 있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8홈런을 날리고 있다. 27일까지 후반기 6경기에선 타율 0.526에 3홈런을 기록 중이다. 장타율은 무려 1.105에 달한다.

● KIA 타선의 7월 리더



-7월 성적(타율 0.388·8홈런)이 좋다. 더워지면서 더 좋아지는 비결은?

“‘워낙 초반에 안 좋았으니까 조금씩 좋아지겠지’라는 긍정적 생각을 놓지 않았다. 많은 경기가 남지 않았다는 간절함도 있었다. 팀도 승률 5할 밑으로 내려가서 보탬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졌다.”


-우려했던 체력 문제는 노출되지 않고 있다.

“겨울에 준비를 많이 했다. 지금이 가장 힘든 시기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더 치고 올라갈 자신은 있는데, 나중에 더블헤더를 하라면 힘들 것 같다. 차라리 비가 안 왔으면 싶다.”


-출장을 자청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7월 8일 목동에서 연장 12회를 뛰었더니 힘들었다. 그러나 타격감이나 밸런스가 좋아 쉬면 안 될 것 같았다. 9일 감독님이 ‘쉬라’고 했는데, ‘괜찮다’고 했다. 경기에 빠져 앉아있는 것도 마음이 안 편하다. 몸이 아주 안 좋지 않으면 웬만하면 나가려 한다.”


● 장타력과 집중력은 부정확성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법


-정교함보다 장타력 위주의 기록이 돋보인다.

“그것이 나의 실력이다. 정교함은 좀 떨어지는 것 같고, 찬스에서 좀더 집중하는 힘이 있다. 어릴 때부터 정교하지 못해 매번 안타를 못 치니까, 중요할 때 쳐줘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 내가 내 실력을 아니까.”


-득점권에서 특히 강한 편이다.

“득점권이 되면 나도 긴장은 된다. 그렇지만 상황을 보고, 빨리 머릿속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정할 줄 안다. 실패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프로 생활을 16년째 하다보니 상황이 어느 정도 보인다.”


-특히 만루에서 더 강한데.

“이상하게 만루가 되면 주자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편하다. 부정적 생각이 사라지고 투수에게만 집중한다. (방망이를) 툭 대는 버릇이 없어진다.”


-삼진이나 병살타에 대한 두려움은 약한 것 같다.

“삼진에 대한 두려움은 조금 덜한 것 같다. 병살타는 두렵다. 2명이 죽으니까. 어릴 때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김인식 감독님 밑에서 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주자가 몰려 있으면 혼자 죽으라’고 하셨다. 그 덕분에 (찬스에서도 적극적으로) 강하게 치는 것을 배웠다.”


-뜬공 비율이 땅볼 비율보다 훨씬 높다.

“그래서 타율이 높지 않은 것 같다. 정확하게 맞히려고 했으면 땅볼이 더 많을 텐데. 정교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있으니까, ‘굴리면 안 된다. 병살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


-장타가 많다. 연륜이 쌓이며 수읽기 능력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접해본 투수들이 많아지니까. 나이가 들면 스윙 스피드가 줄어들 줄 알았는데, 선배들을 보면 관리를 잘하면 나도 4∼5년은 충분하다는 생각도 많이 든다.”


● 나를 지명해준 한화, 지금도 고맙다!


-올 시즌 유달리 한화전(타율 0.462)에 강하다.

“몰랐다. 한화한테는 따로 생각을 하고 들어가는 것은 아닌데 잘 되는 것 같다. 옛날(2000∼2009년)에 내가 뛴 팀이고, 많이 했었던 야구장에서 하다보니까 심리적으로 편한 점은 있다.”


-6월에 한화 배영수한테 맞은 사구는 괜찮나?

“괜찮다. ‘미안하다’고 전화도 왔다. 영수와는 초등학교부터 20년 동안 야구로 상대한 사이니까. 감정은 없다. 야구를 하다보면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니까.”


-고향팀 삼성과 인연이 안 됐다.

“나를 불러주는 팀이어야 되는 것이지, 내가 어디서 뛰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니까. 고등학교(대구고) 졸업하고 삼성에 갔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지 모른다. 한화에서 기회도 받고,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내 운인 것 같다.”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이범호를 한화는 상위 픽으로 지명했다.


“내가 생각해도 프로는 힘들 것 같았다. 그런데 대학에 가고 싶진 않았다. 당시 한화 정영기 스카우트의 ‘뽑아줄 테니 기다리라’는 말만 믿었다. 부모님과 같이 대학 가등록도 안 하고 기다렸다.(웃음) 9월까지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오라고 했는데, ‘프로 갈 겁니다’라고 했다. 고교에서 거의 전패를 한 팀 선수가 그런 말을 했으니.(웃음) 그런데 드래프트 2차 1번으로 한화가 정말로 나를 지명해줬다. 그때의 고마움은 말로 설명 못한다.”


-초기에는 유격수로도 뛰었다.

“3루수로 시작했는데, 유격수로 갔다가 안 되니까 다시 왔다. 3루가 천직인 것 같다.”


● KIA에서 300홈런-1000타점 이루고 싶다!



-250홈런에 10개를 남겨뒀다.

“2000경기 300홈런 1000타점은 해보고 싶다. 그러면 타율에서 정교하지 못한 부분이 조금 가려질 수 있지 않겠나.”


-시즌 후 다시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KIA에 애정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안 좋을 때 나를 데리고 있어준 팀이다. 감독, 코치님, 프런트 모두 잘해주시는 걸 느낀다. 한 번 팀을 옮겨봤는데, 적응시간도 만만찮다는 것도 알고 있고. KIA가 잘해주지 않겠나.(웃음) 올해 팀 내 FA가 지금 상황에선 나 혼자일 것 같다. KIA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다.”


-주장의 시선으로 본 KIA의 선전 비결은?

“코칭스태프의 이기려는 의지가 잘 전달된다. 삼성전 상대 전적(6승5패)만 봐도 알 수 있다. 과거 3년 동안 거의 못 이겨본 팀이고, KIA는 선수가 더 빠졌는데도 말이다. 고비를 넘는 힘이 선수들에게 자신감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같다.”


-베테랑으로서 겪어본 김기태 감독은?

“배려를 해주신다. 하지만 고참이라도 감독님이 원하는 야구를 추구하지 않으면 봐주는 것이 없다. 고참들이 뒤에서 감독님 흠을 잡으면 팀은 흔들린다. 그런데 지금 KIA에 그런 험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부드럽지만 무언가 느껴지는 메시지가 있다. 감독님이 정한 원칙만 잘 지키면 우리는 편안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거기서 감독과 고참 사이에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김 감독에게 따로 말을 들은 적은 있나?


“항상 나만 보면 ‘캡틴, 고생 많다’고 말씀하신다. 타격이 너무 안 좋았을 때, ‘죄송하다’고 하면 ‘괜찮다. 수비 잘해주고 있는데’라고 하신다. 그런 말 들을 때마다 내가 미안해지면서 의욕이 더 끓어오른다. 미래에 내가 어떤 지도자로 가야 하는지를 와 닿게 해준다.”

KIA 주장 이범호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두고 “안 좋을 때 나를 데리고 있어준 팀이다. KIA에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즐거운 야구를 하고 싶다”며 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KIA 이범호는?


▲생년월일=1981년 11월 25일
▲출신교=대구수창초∼경운중∼대구고
▲키·몸무게=183cm·93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0년 한화(2000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순위)
▲프로 경력=한화(2000년)∼소프트뱅크(2010년)∼KIA(2011년)
▲2015년 연봉=4억원
▲2015시즌 성적=85경기 265타수 68안타(타율 0.257) 18홈런 53타점 36득점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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