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북치고 장구친’ 폭스, 포수로 변신한 사연

입력 2015-08-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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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제이크 폭스가 2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KBO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썼다. 마이너리그 시절 한화 새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이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포수로 나서게 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외야수로 영입한 한화 외국인타자 제이크 폭스(33)가 국내무대에서 처음 포수 마스크를 쓴 뒤 안방과 타석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당초 폭스는 26일 대전 삼성전 선발 라인업에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1회초 한화 선발투수 안영명이 한 타자도 못 잡고 6연속안타를 허용하며 5실점하자, 김성근 감독은 투수를 김기현으로 바꾸면서 포수도 선발 조인성을 빼고 정범모로 교체했다.

2회말 최진행의 2점홈런 후 김경언의 2루타가 터졌지만, 7번 정범모가 삼진으로 물러나자 김 감독은 8번 강경학 타석 때 폭스를 대타로 투입했다. 폭스는 3루수 옆 내야안타로 1·3루 찬스를 이어줘 추가 1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3회초 수비 때 우익수로 들어섰다.

3-8로 뒤진 5회말 2사 1·2루. 이번에는 정범모 타석에서 대타 정현석이 기용돼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엔트리에 있던 한화 포수 2명 모두가 교체된 상황. 누가 마스크를 쓸지 관심이 쏠리는 순간, 폭스가 포수 장비를 갖추고 나와 6회초부터 안방에 앉았다.

폭스의 포수 변신은 어쩌면 새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 덕분(?)이다. 둘이 과거 마이너리그 시절 배터리를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김 감독은 취재진에게 “진작 얘기해주지”라며 웃었다. 당시만 해도 농담인줄 알았다. 그런데 농담이 아니었다. 최근 한화 구단은 폭스에게 포수 장비를 구입해 지급했고, 폭스는 포수 훈련을 시작했다.

폭스는 포수로서 이날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투수 김민우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더니 타석에선 8-8 동점을 이룬 7회말 삼성의 최강 셋업맨 안지만을 상대로 역전 솔로홈런까지 날렸다.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서도 2루타를 때렸다. 과거 메이저리그 포수 출신인 한화 엔젤 페냐가 2004년 1경기에 포수로 나서고, 지난해 넥센 비니 로티노가 종종 마스크를 쓴 바 있지만, 아무래도 언어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선수가 포수로 앉는 것은 보기 드물다. 그러나 이날 활약으로 안방마님 폭스의 모습도 자주 볼 듯하다.

대전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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