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판타지가 교차하는 기묘하고 흥미로운 페르귄트의 모험이 시작된다. 9일 첫 공연이 시작됐다.
사진제공|LG아트센터
입센원작‘페르귄트’무대서대변신
‘페르귄트’는 헨릭 입센의 작품이다. 사실주의 작가인 입센의 작품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모험과 판타지로 가득 찬 희곡이다. 음악팬에게는 그리그의 모음곡으로, 연극팬에게는 당연히 원작의 연극으로 친숙하다.
‘이미지를 찾아 여행하는 연출가’로 불리는 양정웅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극단 여행자와 함께 ‘페르귄트’를 LG아트센터 무대에 올린다. 양정웅스럽지 않으면 도무지 성에 차지 않는 이 창의적인 연출가는 원작의 깊이는 놔둔 채 좀 더 연극적으로, 좀 더 양정웅적으로 압축시켰다.
시대와 배경에도 손질을 가했다.페르귄트와 귀족들의 대화는 인터뷰 장면으로, 난파하는 배에서 낯선 선객을 만나는 장면은 비행기로 옮겨졌다. 양정웅은 이런 손질에 대해 단순한 ‘변화’가 아닌 극의 ‘진화’라고 표현하고 있다.
음악도 기대할 만하다.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로 영화 ‘타짜’, ‘미쓰 홍당무’, ‘놈놈놈’의 음악을 맡았던 작곡가 장영규가 ‘페르귄트’에 참여한다. 입센으로선 상상도 하지 못했을 전자음악이 무대를 풍성히 채운다.
창단 12년차에 접어든 극단 여행자 베테랑 배우들의 대거 참여는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치의 볼륨을 높여준다. 동양의 관점에서 역마살이 껴도 제대로 낀 허풍쟁이 ‘페르귄트’는 여행자의 대표배우 정해균이, 아들을 걱정하며 자책하는 억척엄마 오세는 김은희가 맡는다.본래 ‘페르귄트’는 공연을 위한 것이 아닌 레제드라마로 쓰인 작품이다.무대용이 아닌지라 원작은 5막 38장이나 된다. 양정웅은 이를 압축하고 잘라 3시간짜리 ‘페르귄트’로 다듬었다.
5월9일∼16일|LG아트센터|문의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