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양파. 사진제공=(주)랑
간만에 취재진 앞에 선 양파는 밝아보였다. “아니, 요즘 기자들은 다 동안인가봐요”라는 말을 먼저 꺼내는 등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었다. 뮤지컬 이야기로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한 양파는 머지 않아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했다.
유난히 힘들고 길었던 공백이었기에 밝히긴 곤란할 수 있었지만 양파는 담대했다. 그는 “개인적인 성향도 원인일 수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속사 문제였다”고 말했다.
양파의 가수 인생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전 소속사 대표와 전속 계약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2005년 1월 소송이 제기됐고 이듬해 양파가 승소하기 전까지는 음악 활동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이후 다른 소속사를 만나 재기하는 듯했으나, 그럴 때마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권개입으로 인해 가수 생활을 멈춰야 했다. 그 때를 회상하던 양파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테이블에 있던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가수 생활을 포기하려고 했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진절머리가 날 정도였으니까. 소송과 함께 했던 20대 시절이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살았다. 하루하루 울면서 버텼다. 그 때 받았던 고통에서 회복됐다고 말할 수 없지만 또 시간이 흘렀으니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살고 있다.”
양파는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를 통해 모습을 비춘 적도 있었다. 힘든 일을 겪고 난 뒤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노래를 불렀다.
당시 소속사가 없어 주변 지인이 매니저 역할을 대신했다. 그는 “‘나가수’때 보여드리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 편곡이나 오케스트라 등 모든 과정에 신경을 썼다. 머리를 써야 하는 작업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옷도 직접 고르고 샀다”며 하나부터 열까지 열심히 안 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양파가 ‘나가수’를 열심히 한 데는 노래에 대한 갈증뿐 아니라 한 가지 이이유가 더 있었다.
“‘나가수’ 담당 감독님과 과거에 인연이 있었다. 내겐 미안한 인연이다. 그 때 내가 방송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회사에서 활동조차 못하게 했을 만큼 큰 사고였다. 그 PD가 바로 ‘나가수’ PD분이었다. 그런데 직접 집 앞까지 찾아와서 섭외하고 싶다고 하셨고 나 역시 과거 실수를 사죄하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 그런데 그 ‘나가수’가 내게 위로를 줬다. 함께 했던 가수들과 스태프 분들까지 정말 좋았다. 마치 하늘에서 복을 주신 기분이었다.”
덕분에 양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내년에는 가수 양파로서 팬들에게 나선다. 뮤지컬을 마치면 앨범 작업에 들어가 상반기에 싱글이나 정규 앨범을 낼 생각이다.
내년은 양파가 데뷔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별 다른 콘서트 등은 계획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그동안 알차게 활동을 했다면 특별한 뭔가를 했을 텐데 사실 계산을 해보면 꽉 채워 7년 정도다”라며 “그리고 20년이 됐다고 하면 왠지 오래된 가수 같지 않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내년을 기대를 하겠다고 하자 양파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열심히 해보고 싶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