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당초 비영리 설립 취지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올트먼 측은 머스크가 오히려 오픈AI 지배권을 요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블룸버그·게티이미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왼쪽)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머스크는 오픈AI가 당초 비영리 설립 취지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올트먼 측은 머스크가 오히려 오픈AI 지배권을 요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블룸버그·게티이미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법정에서 “일론 머스크가 오픈AI 지배권을 원했고, 사후에는 자녀에게 넘길 수 있다는 취지의 말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오픈AI 공동 창업자였던 두 사람의 갈등이 단순 지분 분쟁을 넘어 인공지능(AI) 통제권을 둘러싼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BBC, AP통신 등에 따르면 올트먼은 1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7년 오픈AI 영리법인 전환 논의 과정에서 머스크가 강한 지배권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머스크가 오픈AI 영리화 자체에도 반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관련 논의에 직접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 “내가 죽으면 자녀에게”…올트먼 “소름 돋았다”

올트먼은 공동창업자들이 머스크에게 “당신이 통제권을 가지면 사후에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머스크가 “많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아마 자녀들에게 넘겨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특히 소름 돋는(hair-raising) 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올트먼은 “AGI(범용인공지능)를 한 사람이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불편했다”고 말했다. AGI는 인간 수준 이상의 범용 지능을 가진 AI를 뜻한다.

그는 머스크가 당시 오픈AI 영리법인 지분의 90%를 요구했다고도 주장했다. 또 머스크가 “내가 가장 유명하다”며 “내가 트윗 하나만 올려도 회사 가치가 순식간에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올트먼은 머스크가 오픈AI를 테슬라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동창업자들은 AI 개발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영리법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특정 개인에게 AGI 통제권이 집중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봤다는 게 올트먼 설명이다.


● “성공 확률 0%” 독설도…머스크 측은 “정직한가” 반격

올트먼은 머스크가 2018년 오픈AI를 떠나며 “내가 없으면 성공 확률은 1%도 아닌 0%”라는 이메일을 보냈다고도 주장했다. 또 머스크가 약속했던 10억 달러 투자 가운데 실제 지원 규모는 약 3800만 달러였으며, 이는 당시 전체 조달 자금의 약 28%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오픈AI가 영리 자회사를 설립할 당시 머스크에게 투자 의향을 물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증언했다. 올트먼은 “머스크가 자신이 통제하지 않는 스타트업에는 더 이상 투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머스크 측은 올트먼의 신뢰성을 집중 공격했다. 변호인단은 2023년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을 일시 해임하며 언급했던 “정직성 문제”를 거론하며 “당신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냐”고 질문했다. 올트먼은 “사람들이 나를 기만적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은 있다”면서도 “나는 정직하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재판에서는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의 과거 증언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무라티는 머스크가 조직 내 혼란을 키웠다고 말하는 한편, 올트먼의 정직성 문제 역시 지적한 바 있다.

머스크는 현재 오픈AI가 당초 비영리 설립 취지를 버리고 사실상 영리 기업으로 변질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 오픈AI 사장의 부당이득 반환과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재판에서는 머스크가 소송 제기 이후 자신이 이끄는 xAI 측을 통해 오픈AI에 약 970억 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을 했다는 사실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오픈AI 측은 이를 근거로 머스크의 소송이 ‘비영리 원칙’보다는 경쟁사 압박이나 경영권 확보 목적에 가깝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