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배구코트위의선수들을지켜주는또하나의힘

입력 2008-02-02 09: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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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뚝 문신에 혼을 담고…▼ 챈들러, 양팔에 13개… 섀넌은 한자로 ‘부모’… 국내선수론 김승현이 선구자 프로농구 KT&G의 ‘특급 용병’ 마퀸 챈들러(28)는 두 팔을 마치 도화지로 여기는 듯하다. 어지러울 만큼 요란한 문신을 13개나 새겼기 때문. 오른팔 안쪽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누나의 이름 약자인 ‘TAS’와 두 딸의 것인 ‘ANA’와 ‘TI’가 있다. 그 밑에는 지구본을 그려 넣었는데 ‘딸들이 내 세상에 있다’는 뜻이란다. 오른팔 바깥쪽에는 아내의 이름 약자인 ‘ABI’와 ‘웰컴 투 오클랜드’라고 적었는데 오클랜드는 그의 고향. 왼팔에는 십자가를 짊어진 예수님 그림과 세네갈(조부모 고향) 등의 글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다. 문신의 의미만 파악하면 대충 그의 프로필을 알 만하다. 올 시즌 프로농구 코트에는 개성이 강한 문신을 한 외국인 선수가 유난히 많다. 득점 선두(평균 27.7득점)를 달리는 전자랜드 테렌스 섀넌(29)은 목덜미 오른쪽에 한자로 ‘父母(부모)’라고 문신을 했다. 2003년 초 시카고에서 어머니에 대한 남 다른 생각에 ‘母’자를 먼저 새긴 뒤 그해 연말 필리핀에서 네 아이의 아버지로서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父’를 채워 넣었다. 외국인에게는 특이하고 신비롭게 보인다는 한자 문신이 유행이다. 리바운드 선두(12개)를 달리며 동부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는 레지 오코사는 오른팔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母, 福, 愛, 生活(모, 복, 애, 생활)’을 차례로 새겼다. KTF 칼 미첼은 특이하게 손등에 문신을 했다. 왼쪽에 ‘道(도)’, 오른쪽에 ‘神(신)’이 쓰여 있다. 미국프로농구에서는 마커스 캠비(덴버)가 오른팔에 새긴 ‘勉族(면족)’이 유명한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뛴다는 뜻이다.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은 팔다리, 목, 몸통에 온통 형형색색의 문신을 해 ‘타투(Tatto·문신)의 대명사’로 불린다. 문신을 금기로 여겨 목욕탕 출입까지 금지하는 국내에서는 김승현(오리온스)이 선구자로 불린다. 4년 전 국내 농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오른팔에 불타는 농구공을 그린 뒤 이듬해에는 기존 문신에 용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의 케이론 문신을 했는데 말띠인 데다 자신의 별자리(궁수자리)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반면 가톨릭 신자인 모비스 키나 영과 한국계 혼혈 에릭 산드린, KCC 브랜드 크럼프와 제이슨 로빈슨은 문신이 전혀 없다. 종교적 이유가 있거나 굳이 문신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이유에서인데 산드린은 “아마 했으면 엄마(한국인)에게 혼났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손등 낙서에 마음 담고…▼ 女프로배구 현대건설 선수들 포지션 따라 ‘서브왕’ ‘철벽블로킹’ ‘다올려’ 써넣어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은 올 시즌 2승 14패로 꼴찌다. 시즌 개막과 함께 11연패의 수모를 당하기까지 했다. 최근 2승 3패를 거두긴 했지만 3위 GS칼텍스(7승 10패)에 4.5경기 차로 벌어져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현대건설에 포기는 없다. 몸을 던지는 파이팅만큼은 어느 팀 못지않다. 그 중심에 이동공격 성공률(50%) 2위, 득점(272점) 4위, 후위공격 득점(80점) 4위, 공격 성공률(33.82%) 5위에 오른 팀 공격의 핵 한유미가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GS칼텍스와의 경기 때부터 손등에 검은 글씨로 ‘다 죽여 버리겠다!’는 섬뜩한 글자를 적은 채 경기에 나섰다. 한유미에 따르면 “상대방을 꺾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란다. 다른 선수들도 다양한 손등 문구를 선보였다. 공격수 윤혜숙은 ‘서브王(왕)’, 센터 김수지는 ‘철벽 블로킹’, 신인 양효진은 ‘POWER UP(파워업·힘을 더 내자)’이라고 적었다. 캐나다 용병 티파니 도드는 어떤 공이든 스파이크를 날리겠다는 의미로 ‘다 올려’라고 적었다. 강민정은 팀의 단합을 강조한 ‘우린 하나’라는 글귀를 적었다. 비록 승리보다 패배가 훨씬 많은 꼴찌여도 현대건설이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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