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센테니얼약속깨도KBO책임아니다?

입력 2008-02-21 09:21:24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프로야구 제8구단으로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확정된 19일 밤.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야구회관 7층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올해 71세인 그는 5시간이 넘는 마라톤 이사회를 마친 터라 다소 지쳐 보였지만 표정은 밝았다. 이에 앞서 창단을 추진하던 농협, STX, KT와의 협상 결렬 소식을 전할 때 주로 하일성 사무총장을 내세웠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정치인 출신인 그는 ‘현대 해법을 찾겠다’고 말한 자신의 약속을 1년여 만에 지킨 ‘의미 있는’ 자리에 참석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지난달 KT에 버림 받자 “책임을 지겠다”고 스스로 말했다. 사퇴 위기까지 몰렸던 그였지만 결국 창업투자사인 센테니얼을 끌어들여 내년 3월까지인 임기를 사실상 보장받았다. 하 총장 등 다른 KBO 수뇌부도 마찬가지. 센테니얼은 결국 KBO 수뇌부를 살렸고, KBO 스스로도 인정한 ‘특혜’를 받으며 프로야구 판에 입성했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가입급 납입 방법, 메인 스폰서 선정 등에 대해 자주 말을 바꾸는 센테니얼과 이를 두둔하려고만 하는 KBO의 행보를 지켜보는 팬들의 불쾌감은 점점 쌓이고 있다. 즐거움을 줘야 할 프로야구가 되레 스트레스의 진원지가 됐다. 문제는 ‘재정적으로 검증했다’ ‘믿을 만한 기업이다’고 센테니얼의 방패막이를 자처했던 KBO가 정작 창단 승인 후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KBO는 ‘스폰서 결정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가입금 불성실 납부에 대해 벌칙을 정하지는 않았다’ ‘(파행 운영돼도) KBO가 책임질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센테니얼은 실패하면 투자금을 날리고 프로야구 판에서 발을 빼면 된다. KBO 수뇌부도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된다. 하지만 뒷수습과 상처는 남은 선수들과 팬들의 몫이 될 것이 뻔하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