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하고모나지않게작가회의이끌것”

입력 2008-02-25 09: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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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일남 씨,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취임“감각 익히려고 젊은 작가들 작품 단어 베껴요”“작가회의의 변화요? 정체성에 큰 변화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순하고 모나지 않게 갈 겁니다.”소설가 최일남(76·사진) 씨가 23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집·서울’에서 열린 한국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임시총회에서 새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그는 진보 성향의 문인 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지난해 말 ‘한국작가회의’로 이름을 바꾼 뒤 취임하는 첫 이사장이다.총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주변에서 거듭 권유했으나 ‘소심해서 10명 이상 있는 자리에는 가지도 못하는 내가 어떻게’라며 여러 차례 고사했다”고 말했다. 작가회의가 3개월 가까이 새 이사장을 정하지 못한 진통을 떠올리게 했다.“‘큰 부담 갖지 말고 젊은 회원들 노는 모양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에헴’ 하며 장죽으로 재떨이 치는 기분으로 하라’고 합디다. 한참 고민했는데, 그런 흉내 못 낼까 싶어 받아들였습니다.”최 이사장은 “(작가회의 내에서) ‘변방’이었지만 작가회의가 표현의 자유라는 원천적인 문제를 지키기 위해 태동한 데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회의의 명칭변경소위원회가 지난해 1년간 회원들의 공감을 끌어낸 것도 “신사적이고 문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됐던 영어교육정책에 대해 “영어에 다걸기한 나머지 모국어가 ‘울밑에 선 봉선화’ 신세가 되면 어쩌나 싶어 글쟁이로서 걱정이 든다”며 “자본의 논리에 치우치게 되면 문학의 입장에서, 작가회의가 다른 단체보다 먼저 발언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수령님’ 등의 표현을 문제 삼아 반입 불허를 검토하고 있는 남북 공동문예지 ‘통일문학’에 대해서도 “북쪽 작가들의 그런 표현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밴 것이고 으레 그러려니 생각할 수 있는데 정부가 국가보안법 위반을 들고 나온 건 어른스럽지 못했다”고 말했다.창작열은 여전하다는 최 이사장은 “오늘도 (소설을) 쓰다 나왔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단어를 베껴 쓰면서 감각을 익히기 위해 노력한다”며 하얀 수정액이 묻은 손바닥을 보여 줬다.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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