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허찌를수있는소극장이좋은걸어쩌죠”

입력 2008-03-13 09:3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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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전국 방방곡곡 유랑공연 갑니다.” 가수 김장훈(41·사진)이 ‘유랑극단’을 자처하고 나섰다. 14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화이트데이 원맨쇼’를 시작으로 2년간 300여 회의 소극장 전국투어를 펼친다. 그의 소극장 공연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대형 공연으로 겨울을 나면, 어김없이 여름엔 소극장으로 돌아왔다. 1991년 이후 지난해만 걸렀을 뿐이다. 하지만 ‘200개 읍락 콘서트 개최’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전국 소극장 공연을 펼치는 것은 처음. 그를 1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근처 지하 연습실에서 만났다. 공교롭게도 연습실 위에는 합기도장이 있었다. “첫 단독공연은 1992년 4월 1일 서울 대학로 충돌2소극장에서 마련한 ‘김장훈의 옛이야기’였어요. 그때요? ‘생방송 펑크’냈더니 기획사도 손든 상태였죠. 어찌어찌해서 공연을 열긴 했는데 유료 관객은 두 명이었어요. 극장 청소부 아주머니의 딸에게 준 초대권 손님을 합하니 5, 6명이 객석에 앉아 있더라고요.” “무료 행사, 대형 콘서트 할 것 없이 무대는 다 평등하다”는 그에게도 소극장은 어쩔 수 없는 편애의 대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일 뒷자리 관객의 표정도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허를 찌를 수 있어서 좋아요. 소극장 하면 노래와 얘기로만 끌어갈 거라 생각한다는데 제 소극장 공연에서는 3500만 원짜리 크레인을 써본 적도 있어요. 황당해하면서도 행복해하는 관객을 보는 짜릿함이 소극장의 매력이죠. 공연의 진정한 이벤트는 서커스가 아니라 관객에게 다가가는 거잖아요.” 이번 소극장 전국투어의 모토는 ‘공연의 양극화’. 대형 공연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과 소극장 공연의 소박함을 모두 공존시킬 계획이다. 구체적인 콘티는 밝히지 않았지만 “황당한 의상으로 관객의 허를 찌를 것”이라는 단서를 남겼다. 3주간 머무를 부산에 월세 아파트를 얻은 그는 밴드를 위한 18인승 전국투어 버스도 마련했다. 공연 틈틈이 충남 태안 봉사 일정도 짜놓은 그는 현재 봉사 중인 서해안 호도의 주민 200명을 위해 작은 음악회도 구상 중이다. “기름 제거도 좋지만 공연으로 기부하는 것만큼 아름다운 게 어디있어요. 저는 머릿속에 있는 건 100% 하니 두고 보세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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