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치고끝까지…”작아서더아름다운꿈

입력 2008-03-18 09: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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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가 공수교대 후 4번 타자로 나와 홈런을 친다. 경기 후반에는 외야수로 변신하기 위해 잠시 타임을 부르고 야수용 신발로 갈아 신는다.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 프로야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고교야구에서는 이런 ‘에이스 겸 홈런 타자’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안다치고 끝까지…”(사진제공=동아일보)1인 2역은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지만 최근 고교야구의 위기와 맞물려 30명 엔트리의 절반도 못 채우는 미니 팀들이 있기 때문. 이들 팀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회에 참가해 야구부의 전통을 잇고 자신의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19일 막을 올리는 제62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에서도 이들 팀은 힘겹지만 의미 있는 싸움을 벌인다. 지난 대회에선 속초상고(현 설악고)가 11명, 고양 주엽고가 14명의 선수로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갈수록 선수 수급과 운영비 마련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주엽고는 지난해 10월 결국 팀을 해체했다. 1월에는 전통 명문 춘천고가 간판을 내렸다. 설악고는 올해는 2명을 늘려 재도전했다. 민상기 감독은 “부상을 해도 바꿔줄 선수가 마땅치 않는 등 어려운 점이 많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에이스 이병철이 수술한 뒤 재활이 완전치 않아 힘든 경기를 펼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박상수 충주성심학교 감독은 “청각장애 선수들로 구성돼 선수 수급에 한계가 있다. 비록 9명이 출전하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우선 선수들이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 부산 부경고 등록 선수도 15명이다. 지난해 우승팀인 장충고 등 명문교가 30명의 엔트리를 꽉 채운 반면 미니 팀들은 경기 한 번 치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 자칫 부상을 할 경우 9명을 채우지 못해 몰수패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것은 위기에 빠진 고교야구에 힘을 불어넣는 보람찬 일이 될 것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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